삼성그룹이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부사장급과 전무급 임원인사를
다음주로 연기했다.

소그룹별로 시행하는 상무.이사급 임원인사도 덩달아 연기됐다.

삼성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론 "계열사별 전출 대상자를 조정하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비서실 관계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각 계열사에서 승진 대상자 명단을 비서실로 올린 것이 지난달
18일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다른 비서실 관계자는 "일부 승진대상자에게는 개인적으로 통보가
갔다"고 밝혀 조정작업이 실제로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결국 삼성의 임원인사가 자꾸 늦어지는 데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이건희그룹회장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방침이 아직
결정되지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은 이회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기소되는 것을 막기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러나 기소유예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것이 인사가 자꾸 미뤄지는 실제 배경이라는 것이다.

"총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승진인사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비서실 A이사)라는 얘기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전경련이 노태우 전대통령비자금사건과 관련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한 지난달 3일 "소신있게"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의 "자신감"에 비추어보면 최근 이같은 움츠림은 다소 이례적인
행보인 셈이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