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2백56메가 싱크로너스 D램을 개발한 것은 한국업계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를 굳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일반D램(2백56메가)을 삼성이 세계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싱크로너스 분야에서도 국내업체가 2백56메가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2백56메가D램으로 진입하는 길을 뚫은 삼성이나 그 위에 아스팔트 포장을
한 현대나 모두가 세계최고의 기술을 공인받은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 삼성이라는 한국 메모리반도체 분야 대표선수들이
"난공불락"의 두터운 선수층을 구성했다는 얘기다.

한국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휩쓸 토대를 마련한 셈이기도 하다.

현대의 싱크로너스 D램 개발은 또 그동안 세계1위 업체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만 같던 삼성에도 긴장감을 더해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는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라이벌 전략을 구사해온 두회사가 반도체개발 기술경쟁을
벌일 경우 한국반도체 산업이 무서운 탄력을 받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경쟁업체인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업체로 공인받고
있는 것이 큰 자극이 됐다.

엔지니어란 개척자의 정신을 갖고 사는데 남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황인석 현대전자 반도체제1연구소장)는 이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2백56메가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 현대는
이렇게 평가절하한 적이 있다.

"그정도 제품이라면 당장이라도 내 놓을 수 있다"고. 현대는 "신소리"처럼
싱크로너스 D램으로 증명해냈다.

두 회사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세계 최고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라는 한국의 반도체기술도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일본 NEC사가 올초에 1기가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NEC는 당시 "한국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은 우리 회사 현관앞에
머물고 있는 정도"라고 기세를 올렸다.

비록 생산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하고 있다지만 일본기업들은 기술력에
관한한 "썩은 준치"가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물론 NEC가 발표한 1기가D램은 업계에서 제품 개발로 인정하는 엔지니어링
샘플의 전단계인 프로토콜 타입이었다.

최종 제품개발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 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삼성전자 권오현상무는 "2백56메가D램때도 일본 업체들이 프로토콜
타입을 먼저 개발했다"며 "진짜 개발품은 한국에서 먼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선두그룹을 형성한 한국반도체업계가 내부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지킬 것이란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튼튼한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2백56메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기가급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세계 최고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