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오는 2015년까지 45조원을 들여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을 구축
한다는 계획아래 올해초 선도시험망을 구축하고 원격교육을 실시하는등
시범사업에 나섰다.

정부는 이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민간의 전문가들로 초고속정보통신
망구축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자문위원들이 최근 두팀으로 나뉘어 미국을
방문, 국가정보기반(NII)구축사업 현황등을 둘러봤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들중 장수영 포항공대총장, 이진주 생산기술연구원장,
이기호 한국여성정보인협회장(이화여대 전산과교수), 신영무변호사
(세종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법박)를 초청, 변도은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사회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관한 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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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도은주필(사회) =미국을 둘러보신 총체적인 소감부터 말씀해 주시죠.

<> 장수영총장 =두가지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미국 정부사람들이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개념과 정책이 확고한데다 대부분의 투자는 민간을
활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부는 불필요한 규정을 고쳐 민간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더군요.

둘째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인데 인구는 적지만 정보화가 잘돼있고 특히 주내
각 고등학교에서 물리에 대해 원격교육을 하는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이기호회장 =상당히 초기단계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란 말을 많이 사용해 망이라는 물리적인 것만 생각하게 되는데
워싱턴에서(미국정부 관리들이) 정보고속도로에 대해 한마디로 "피지컬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라며 서비스를 위해 NII를 구축한다고 하더군요.

<> 이진주원장 =옛날에는 정보화란 말을 썼지만 지금은 전자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자화란 물리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아
간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업무나 정책결정같은 의사결정은 정형화가 어려운데 전자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행태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또하나는 NII에 대해 설명해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의 칼릴국장인데
인문계출신이 미래지향적인 NII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갖고 설명해주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 신영무변호사 =미국의 유명한 정보통신분야 하이테크기업을 둘러보고
앞으로의 비즈니스형태 업무처리방식 개인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또 이들회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대기업
의 순위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질 것이란 느낌을 가졌습니다.

<> 사회 =초고속정보통신망에 대한 설명은 노스캐롤라이나주정부가 제일
먼저 정의해 정답이 돼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육 건강 의료 사법 경제개발 행정분야등의 혜택을 제공할 잠재력 있는
데이터 텍스트 영상 음성 화상을 전송할수있는 공중교환 광대역망"이라고
정의하더군요.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시장을 제패하려는 원대한 포부도 들어있지만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 이회장 =미국에서는 첫째 목적이 개개인에게 이득을 줄수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사람들은 현재 있는것을 그대로 충분히 이용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여기에 더해 초고속망은 나중에 건설하겠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것에 첨가해 간다는 추진방식은 참고할 점이라고 봅니다.

<> 장총장 =실제로 동선이라고 버릴것이 아니며 동선도 기술발전으로 지금
보다 많이 활용할수 있어요.

그러나 필요하면 광케이블을 새로 깔수도 있는 거예요.

<> 사회 =우리는 무조건 새로 광케이블을 깔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
하는데 미국에서는 동선 위성 무선 광케이블 모두를 조합해 균형있게 발전
시켜 나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이원장 =그래서 정보고속도로보다 "기반"이라는 의미인
인프라스트럭처란 면이 강조된 국가정보기반(NII)란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인프라가 자생적으로 상당히 구축됐지만 우리는 부진한
인프라 구축과 SW개발 제도개선등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는 민간주도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점도 고려하면서 정책을 구사해야
합니다.

<> 장총장 =전화 방송 케이블TV등이 하나로 결합되는 추세에 있고 전화
회사나 방송사의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것을 한꺼번에 수용할수 있는 초고속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망을 깔기만하면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SW가 더
중요합니다.

하드웨어는 수입해서라도 어떻게 해볼수 있지만 SW는 우리실정에 맞는 것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이원장 =미국의 NII목적으로 국가경쟁력향상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우리에게 위협요소가 됩니다.

NII자문위가 사생활보호 정보보안 지적재산권에 관한 3개의 거대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어딜가나 지적재산권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했어요.

이것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또한번 세계제패를 위한 무기라고 할수
있어요.

눈을 부릅뜨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장총장 =초고속망이 구축되면 수많은 정보를 접할수 있지만 모두 공짜가
아니고 돈을 내야 합니다.

바로 저작권 문제예요. 가령 어떤 논문이 있는가는 마음대로 찾아볼수
있지만 그 내용을 보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요.

또 우리가 생각 못하는 부작용도 많습니다. 해커나 컴퓨터를 통한 불법적인
자금인출 음란물판매등으로, 이같은 현상은 이미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어
이것을 막는 방법도 강구해야 합니다.

<> 신변호사 =미국에서는 동등한 접근의 보장이 많이 논의되더군요. 지적
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면 접근을 거절해 지적재산권 보호도 국제적으로 통일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장총장 =요즘 인터넷을 이용한 통상활동이 활발한데 국내거래라면 문제
가 없겠지만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에 대한 규제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회장 =정보화에서는 정보제공자와 이용자가 확실히 있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이것을 잘 깨닫고 있는것 같더군요.

상품이 팔리려면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구매자에 대해 많이 생각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케이블TV는 선택할 필요도 없이 모두 보도록 돼있어요.
우리도 구매자가 필요한 것을 선택할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 이원장 =미국회사의 마케팅전략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네트스케이프란 정보통신회사는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최근 주식시장에
공개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요.

200만명에 이를때까지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전략을 구사해 지금은 적자지만
잠재력이 무척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요즘 관심을 끌고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손쓸새도 없이 당하고 말것입니다.

<> 사회 =이번 미국방문을 통해 평소에 보기 어려운 것을 봤습니다. 특히
우리의 입장을 되돌아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초고속망은 어느수준에 와 있고 정부계획은 무리없이
진행될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보지요.

<> 이원장 =미국의 민간주도원칙을 참고하고 우리의 특징인 교육열을
이용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는 철저한 민간 주도로 정부는 촉진제역할만 합니다. 그래서 즉시
상품화가 가능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IBM이 온타리오주정부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나 국방부가 전자구매를
통해 구매가격을 떨어뜨리는 것등을 예로 들수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범사업을 보면 보여줬다는데 의미를 두고 기업화에
대한 고려가 미흡해 실용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감안, 학교, 특히 대학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재정지원으로 정보망을 깔아주고 별도의 비용없이 사용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