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섬유기업인 도레이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독특한 전략을
채택했다.

해외에 생산공장을 설립할때 생산거점과 시장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왔다.

대규모 수요가 있는 곳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일반적인 방법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도레이의 국제부문을 총괄하는 마에다 히로시상무는 "생산거점의 우위성"을
강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에다상무는 "좋은 것을 싸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글로벌한
관점의 가장 좋은 지역에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생산해 최적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는데 국제화의 기본전략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레이가 최적의 입지조건을 가진 지역으로 평가해 생산거점으로 선택한
지역은 동남아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3개국에 16개의 자회사를 만들었다.

여기에 설치된 최신식 직물기계는 4천대, 월간 염색능력 4천5백만야드
(1야드는 91.4cm)로서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마에다상무는 "동남아를 생산거점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저코스트"라고 설명하면서 생산거점과 시장을 분리하는
전략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시장에서 와이셔츠를 사면 다섯중의 하나는 도레이제품"이라고
자부할 정도가 됐다.

도레이가 동남아를 생산거점으로 잡은 또하나의 이유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

리스크관리를 중시하는 배경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철수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60년대 진출, 이익도 올리고 현지산업에도 공헌했으나
정부의 국유화정책으로 "맨손으로" 떠나게 됐다.

미리 충분한 리스크 분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쓰라린 경험을 겪고 말았다.

리스크를 분석하여 투자지역을 선정할때 지킬 원칙을 세웠다.

<>노동력 질 임금수준과 함께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주는 전력요금등
기초적인 경제지표를 분석, 생산공장입지를 정한다.

<>통상마찰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대규모 시장을 겨냥한 공장을
세우지 않는다.

<>투자결정에 앞서 10년정도의 현금흐름(Cash Flow)을 예측, 이기간안에
투자치를 회수할수 있는가를 따진다.

<>공장규모에 관계없이 같은 경영자원을 투입해야 하므로 소규모 투자보다
는 대규모 거점형 투자에 우선한다.

<>M&A(기업매수합병)는 충분히 통제할수 있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도레이가 동남아를 생산기지로 성장시키면서 저임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최신형 기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생산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전했다.

도레이의 기술이전 과정은 무척 독특하다.

일본공장과 똑같은 조건을 현지공장에 재현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태국 최대의 폴리에스터.면혼방직물회사인 럭키텍스사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내 모델 공장으로 "마루이 오리모노"라는 도레이의 협력회사 공장을
선정하여 이 공장과 같은 조건을 럭키텍스사 공장에 구축했다.

일본 기술자 3명을 현지에 파견하는 한편 원료인 원사도 1년간은 일본에서
수입해 쓰도록 했다.

광보실의 마루하시 기요유키과장은 "1년만에 일본공장과 같은 수준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이것이 해외공장에서도 일본공장과 똑 같은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여
"Made In Toray"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 비결이란 설명이다.

일본 및 해외공장들간에 생산성을 비교하는 것도 원가절감의 중요한 방법.

생산성 비교는 각국의 경기동향이나 환율변동 등 외부환경적인 요소를
제거해서 순수하게 해당 거점의 실적을 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영환경 변화를 이유로 자회사 사장들이 업무를 태만히 할 수 없게 돼
있다.

비교대상은 제품합격률 단위당 원료사용량 단위당 인력투입량 종업원
퇴사율 결근율 사고율등이다.

여러 지표를 가지고 원가절감.생산성향상 노력이 다른 공장에 비해 잘 되고
있는지 검토한다.

이러한 비교는 각 제품에 관해서 세부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실적 호전으로 부진한 분야를 숨길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꾸준한 해외기술이전 및 생산성향상 노력의 성과를 잘 보여주는
것이 동남아거점의 산업재해 급감이다.

도레이의 동남아 지역내 거점의 연간 재해 발생건수는 85년 7백81건에서
91년에는 51건으로 감소했다.

재해는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므로 재해감소는 동남아거점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공헌했다.

말레이시아의 직물제조공장에서는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도 근로자를
10년동안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도 거두었다.

도레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와 일본내 거점간에 생산품목을
적절히 분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전략의 핵심이 "수입봉쇄환율"이다.

우선 환율이 국제가격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출발
한다.

일본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수 있는 "수입봉쇄환율"을
산정, 이수준으로 오르기전까지 일본내에서 생산을 계속한다.

수입봉쇄환율과 실제 환율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해당품목의 생산비용
절감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합리화로 경쟁력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해외생산거점으로 적극 이전한다.

비용절감을 글로벌한 시각에서 추진하여 세계제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도레이는 최근의 엔고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가 전반적으로 엔화기준의 매출과 순이익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도레이는 지난87년이후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섬유는 사양산업이다, 일본에서는 더이상 할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세계화기업은 살아남는다. 해외거점과의 국제분업을 적극 추진하지만 국내
공장을 폐쇄하지도 않는다"

마에다상무는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을 가지고 현지의 유력기업과 협력관계
를 맺으면서 국제화를 추진해와 도레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