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장후보로 허 홍한일은시스템사장을 선출했다"

대동은행은 지난달 이렇게 발표했다.

금융계에선 이 발표를 보고 허후보가 어떤 사람인가에 궁금증을 나타냈다.

당시 직책인 한일은시스템사장만 가지곤 그의 경력을 잘 알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일은"이 붙어있으니 한일은행자회사인 모양인데 도대체 뭐하는
회사인가가 공통된 궁금점이었다.

은행자회사에는 이런 "시스템"으로 끝나는 회사가 8개나 된다.

다름아닌 전산소프트웨어 전문개발업체들이다.

은행들이 필요로하는 경영정보시스템 전산망 상품개발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급하는게 이들 회사의 주요 임무다.

아울러 일반 기업체나 다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주거나 전산시스템을 관리해주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한마디로 금융관련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은행들이 전산개발회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90년 전후.전산시스템이
은행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을 절감하면서부터였다.

그래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필두로 8개 은행이 전산회사를 만들었다.

은행으로선 상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시도한 셈이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심혈을 기울인 만큼 은행계 전산개발회사들은
외형적으로 그럴듯 하다.

중소 전산개발업체들이 1억원안팎의 자본금을 가진데 비해 은행계회사들은
20억원안팎의 자본금을 자랑한다.

직원수도 1백여명 남짓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실제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계 전산회사중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데이타시스템을
보자. 이 회사의 전회계년도 매출액은 37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중 모회사인 국민은행의 용역비중은 50%에 불과하다.

그만큼 자체 상품개발이 활발하다는 얘기다.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상품이 KOBAS로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
순수개발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프로그램이다.

국민데이타시스템은 이 프로그램을 광주은행과 강원은행에 판매한데
이어 현재는 축협에 판매를 추진중이다.

또 대만의 MITAC사의 요청으로 해외판매도 모색중이다.

국내은행 대부분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수입,활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평가할만하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다른 회사들도 각각 1억원안팎의 당기순이익을 남길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산개발회사들의 중요성은 지금보다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앞다투어 금융그룹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보면 금융그룹의 필수적 조건이 전산개발이다.

은행및 자회사들의 공동 전산망을 확보해야만 한다.

또 은행 보험 증권 금고등을 총체적으로 연결하는 상품개발을 하려면
전산업무를 총괄하는 회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것이 바로 전산개발회사이다.

조흥시스템관계자는 "조흥금융그룹에서 필요로하는 각종 전산프로그램
개발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해놓고 있다"라고 말해 전산회사의
갈길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산개발자회사가 은행전산부와 미분화상태에
있는건 분명하다.

이를 극복하고 얼마나 빨리 전문화의 길에 들어서느냐가 전산회사들에
주어진 과제다.

갈수록 전산이 은행과 금융그룹의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