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차장급이상 직원들은 매주 소책자 한권씩을 받는다.

내용은 여러가지다.

국내 경제동향에서부터 다른 은행들의 신상품개발이나 금리조정
움직임까지 많다.

이 책의 특징은 "대외비"라는 점.철저하게 "행내한"을 준수하고
있다.

이름은 "국은경영정보(국은MI)".말그대로 경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록한 책이다.

이 책을 만드는 주체는 국은경제연구소.바로 국민금융그룹의 싱크탱크를
자임하고 있는 회사다.

민간경제연구소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증권회사들이나 갖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아니면 대기업그룹들이 자체 목적달성을 위해 만드는 것쯤으로 인식돼
왔다.

지금은 아니다.

요즘 은행들이 자체 연구소를 갖는 것은 유행처럼 돼 버렸다.

은행계연구소의 시조는 신한은행의 신한종합연구소.

지난 87년 신한금융그룹이 일찌감치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면서였다.

지난 91년엔 국민은행(국은경제연구소)과 장기신용은행(장은경제연구소)
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연구소설립붐이 일어난 것은 지난93년부터.한일은행이 대형시중은행중
처음으로 종합금융연구소를 만든게 계기가 됐다.

지난해엔 조흥 제일 광주 대구은행이 잇달아 연구소를 만들어 은행계
연구소는 하나은행의 하나경제연구소(90년설립)를 포함,모두 9개로
늘어났다.

또 보람은행과 부산은행은 별도법인의 전단계인 경제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올해안에 1백여명으로 구성될 대형 연구소를 만들 계획이어서
은행계 연구소는 종합금융업의 필수조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연구소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종합금융그룹내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부터다.

여러 금융업종을 영위하려다보니 이를 체계적으로 종합분석하는 집단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금융자율화와 개방화의 진전도 연구소설립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존의 은행조사부이상의 "연구집단"이 필요해졌던 것이다.

설립목적이 이런만큼 대부분 은행계연구소의 역할은 "금융경제"로
한정돼 있다.

국책연구소나 대형 민간연구소들이 하는 경기예측등 거시경제를 다루는
연구소는 신한종합연구소와 장은연구소에 그치고 있다.

금융업종별 동향을 분석하거나 모은행이 필요로 하는 연구보고서를
시기적절하게 공급해주는 연구소가 대부분이다.

국은경제연구소의 경우 대외용인 "국민경제리뷰"(격주간)및 "은행시장동향
(계간)"과 행내용인 "국은MI(주간)"등의 정기간행물을 내고 있다.

모두가 금융산업과 관련된 내용이다.

은행계연구소는 그러나 아직 걸음마수준에 머물고 있다.

규모부터가 그렇다.

직원수가 가장 많다는 신한연구소는 68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최대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1백40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사학위소지자도 적다.

은행계연구소중 박사숫자가 각각 6명으로 가장 많다는 제일종합금융연구소
와 장은경제연구소도 삼성경제연구소(16명)의 3분1 수준이다.

업무내용도 마찬가지다.

은행계연구소의 연간매출액은 30억원미만이다.

책자발간 외부연구프로젝트 경영컨설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모은행의 용역사업이다.

모은행의 용역이 없으면 존립기반이 흔들린다는 얘기다.

아직은 기존 은행조사부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수
있다.

그러나 은행계연구소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대단하다.

모두가 금융경제에 관한한 국내최대및 최고를 지향한다.

"연구결과는 물론 금융산업을 대상으로한 경영컨설팅에 있어서도 국내는
물론 세계최고를 목표로 한다"(안승철제일종합금융연구소회장). 그런
단초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제일은행이나 조흥은행의 경우 국내경제상황변화에 따른 대응이
민첩하다.

자체 대응능력이 강한 탓도 있지만 연구소가 발빠르게 대응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도 현재 은행연구소의 수준은 은행조사부에서 한발짝 더
나가있는데 불과한 것만은 분명하다.

기존 조사부역할에 만족할지 아니면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의 싱크탱크로
자리잡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