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들이 젊어진다.

시중은행들은 임기가 끝나지 않은 임원을 6명씩이나 내보내는 "파격"을
가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임기가 만료된 경우 행장감으로 키울 사람을 빼고는 초임이나 중임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퇴임시켰다.

23일까지 주총을 끝낸 13개 시중은행(동남 대동은행제외)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29명의 임원이 물러났다.

그대신 36명이 새로 별을 달았다.

한국은행에서 나간 송병익한미은행감사와 권영진신한은행감사를 제외하면
순수 시중은행출신은 34명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이 54.6세.

지난해 신임임원들의 평균연령(55.3세)보다 1살정도 젊어졌다.

조흥 외환 국민은행은 신임임원들의 나이가 모두 53,54세로 다른 은행보다
도 젊었다.

새 임원들의 은행경력은 29년 12명, 30년 8명으로 지난해(30.15년)보다
짧아졌다.

특히 5대시은에서의 물갈이폭이 컸다.

25명의 임기만료된 임원중 18명이 옷을 벗었다.

공석중인 자리를 채운것을 포함하면 새로 별을 단 부장들은 조흥은행
5명, 상업은행 7명, 한일은행 6명등 24명.

지난해엔 5대시은의 임원승진자가 15명뿐이었음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폭인지 알수 있다.

금융자율화와 국제화시대를 맞아 젊고 능력있는 임원들로 하여금 공격적인
경영을 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원선임은 거의 행장들의 의중대로 됐다는 평가다.

새정부들어 외부의 청탁이나 압력이 상당히 사라진데다 약발도 별로 먹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가에선 이를 은행의 인사자율화가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해석
하고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평소 곧 이사가 된다고해서 "고지사"로 불리던 사람들이
대부분 별을 달았다.

대한유화부사장으로 파견나가 경영정상화과정에서 뛰어난 관리능력을 발휘
했던 한일은행의 정인호신임상무도 그런 케이스다.

부실을 떨구기 위해 자구노력중인 상업은행과 서울신탁은행도 경영정상화에
밑거름역할을 한 영업분야의 부장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이같은 임원선임추세는 곧이어 나타날 부.차장급 인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젊고 능력있는 부.차장들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대거 주요 포스트에
포진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한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복수전무제 도입.

한일 상업 외환은행이 복수전무제를 도입함으로써 신한은행을 포함 7대
시은중 조흥은행을 뺀 6대은행이 모두 복수전무시대를 열었다.

복수전무제도는 은행업무를 국내영업과 국제분야로 양분해 관장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복수전무들이 "선의의 경쟁"대신 은행내 "갈등의 진원지"였었다는게
과거의 경험이다.

장점이 극대화될지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날지에 대한 관심이 큰것도
그래서다.

한편 후발은행들은 하나 보람 평화은행이 한명의 임원승진자도 내지
못하는등 임원승진이 최소한에 그쳤다.

변화보다는 아직 자리를 굳히는게 중요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