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관료사회의 근본적인 광정을 위해서는 뭐니뭐니 해도 인사.보수
제도의 틀을 바꿔야하는 것은 아닌지요.

외부인력충원이나 성과급 제도의 도입같은 것 말입니다. 나아가 기구
통폐합이나 기능조정등 근본적인 개혁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대표 =정부가 됐건 민간이 됐건 어느 조직이나 "개혁"은 세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직구조와 운영시스템,조직문화가 그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관료조직도
어느 한 부분만을 손대는 것으론 올바른 개혁이 될수 없습니다.

현재는 구조나 시스템상 자신들의 할 일이 무엇이고 하지말아야 할 일이
뭔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민간에게 떼어줄 것을 다 떼어줘도 관료들이 할 일은 많습니다. 환경보전
이나 공정거래 감시같은 부문 말입니다.

한국의 관료들은 아직도 "파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파워엘리트"가
아닌 "서비스엘리트"로 거듭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 이이사장 =제 개인적 경험을 들어 관료사회의 개혁모델을 제시해
볼까요.

플라스틱조합이사장에 취임한 17개월전만해도 조합사정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성과급제도를 도입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연간 6백억원정도를 공급하던 물량이 작년에는 8백5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올해 예상물량은 1천8백억원 가량됩니다. 2년새 3배가 늘어난 셈이지요.
이렇듯 인사제도 하나만 개선해도 큰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공무원조직도 성과급제도를 도입하면 분명히 큰 효과를 거들 수 있을
겁니다.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아무리 규제완화가 "지선의 과제"라 해도 규제와 정책은 구분해야 마땅한데
너무 시류에만 떼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관료들이 좀더 중심을 잡아 줬으면 합니다.

<>정차관보 =한국이 지난 30여년간 개도국중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룩한데는
관료의 기여도가 컸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은 여건이 급변해 글로벌시대, WTO(세계무역기구)시대가
됐습니다.

기업의 역할은 커지는 반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일로에 있습니다. 보조금도
대상이 대폭 줄어 지원수단과 규제수단이 모두 줄어들었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둘다 잃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관료들
사이에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 관료들의 전문성 결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사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있어야 합니다.

일본의 "심의관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심의관은 한군데에 붙박이로 남아 승진은 하지않고 호봉만
올려 받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지요. 관료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저효율의 한 원인입니다.

기업은 최고경영자나 오너의 의지에 따라 단번에 조직을 바꿀수 있지만
정부부처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직제개편도 장관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느리다"
고만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일입니다.

외부여건도 바뀌어야 할 게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국회이지요. 일본만
해도 국회보고는 국장이 가서 합니다.

미국은 차관보급이 갑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국회만은 장관을 고집
합니다.

그로 인한 낭비가 엄청난데도 말입니다.

<> 김교수 =정부부처 개편논의에 대해서도 짚어볼 문제가 많습니다.

면밀한 구도아래 추진되지 않는 한 섣부른 행정부처 개편은 엄청난 혼란만
을 야기할 것입니다.

개편의 효과가 정말 있는 지도 따져 볼 문제입니다.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합쳤어도 그리 큰 효과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부처개편보다는 국이나 과 단위의 기능조정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규제완화도 대민규제뿐 아니라 행정부내 공무원들을 상대로한 각종 불합리
한 내부 규제들도 시급히 철폐해야 합니다.

장관이 자기부처의 과하나를 증설 못하고 예산도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적기 대응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예산만 해도 그렇습니다.

예산을 절약하는 부처는 어떤 형태로든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절약된 예산은 불용액으로 처리돼 다음해에 불이익으로 돌아옵니다.

이런탓에 연말만되면 밀린 예산을 집행하느라 법석을 피우지요.

관료집단이 앞으로 참고해야할 점중의 하나로 민간경영방식을 들수
있습니다.

민간에 대한 이해없이는 앞으로 정책을 짤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민관간의 인사교류는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민관유착의 경험으로 "이런식의 교류가 이뤄지면 특정업체 봐주기식의
정책이 만연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이는 어찌보면 편협한 생각
입니다.

관료들의 의식개혁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서비스행정의 필요성을 관료들이 절감하기 시작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맡고있는 연구소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하는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외국어나 과학기술등이 윗순위에 꼽혔으나 요즘은 민법이나 민간
계약등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런 것만 봐도 관료집단 내부에서 민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욕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사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따라 내년부터 행정업무와 권한이 중앙
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되겠지요.

하지만 과연 지방정부가 경제정책을 제손으로 짤 능력이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습니다.

<>김서기관 =중앙부처에서 14년 가량을 근무하다 얼마전부터 지방에
파견근무를 해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행정이 중앙집권 일변도이다 보니 지방 스스로 정책을 짜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단지 중앙부처에 부탁만 하는 수준이었지요.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선으로 뽑힌다고 해서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리라곤
보지 않습니다.

지방에는 현재 "경제관료"라는 말조차도 없는 실정이거든요. 오히려 지방은
경제행정보직을 한직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간의 인사
교류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상공자원부나 건설부의 관련공무원들이 지방으로 파견오고 반대로 지방
공무원들이 중앙부처로 파견근무를 하다보면 중앙공무원의 경우엔 현장행정
을 통해 탁상정책을 방지할수 있고 지방공무원은 정책입안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정차관보 =지자체장을 직선으로 뽑으면 행정경륜이 부족한 지역유지의
대거등장이 예상됩니다.

그에따른 지방행정의 비효율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만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본처럼 단체장직선제가 어느 정도 착근되면 그 지역 소득증대에 기여
못하는 인물은 절대로 재선되지 못합니다.

물론 초기에야 시행착오가 있겠지요.

하지만 해외교류를 활성화하고 해당지역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뛸 겁니다.

게다가 자기 지역에 기업들을 유치하려면 규제를 풀 수 밖에 없어요.

<> 김교수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사회 전반적으로나
관료집단 내부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겁니다.

미국은 시장을 직선으로 뽑지만 실제 행정적인 일은 대부분 시티 매니저
(City Manager)라고 불리는 전문관료가 관장을 하지요.

우리도 이같은 제도를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지금 우리의 현실에선 인.허가 내지 의사결정 실명제를 실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방정부의 경우는 우선 "인.허가 실명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허가 과정을 투명히 함으로써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수 있고 이에 따른
잡음도 방지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반면 중앙부처에서는 "의사결정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중앙부처의 경우엔 결재단계만 7~8단계로 돼있어 의사결정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안지는 풍토가 돼 버렸습니다. 최종 의사결정자가 누군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회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제관료"들에게 주문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지요.

<> 이대표 =이제 관료들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고 봅니다.

이제까지가 "관료형" 정부였다면 앞으로는 "기업가형"으로 가야지요.
또 "통제지시형"에서 "시장중시형"으로,"권위주의"에서 "토론형 민주주의"
로 변해 가야 합니다.

"연공서열"의 전통도 앞으로는 "능력주의"에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관료들이 이런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모티브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처우개선 문제를 범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지요.

<> 정차관보 =아직도 관료들이 할 일은 많습니다.

민간기업이 손댈 수 없는 고유분야가 아직도 분명하게 남아있기 때문
이지요. 복지문제 환경문제 안전문제등은 정부만이 다뤄 나갈수 있는
과제들입니다.

공정경쟁의 룰(rule)을 다지는 일도 앞으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료사회의 내부여건과 외부여건이 맞아 떨어질 때
비로소 관료집단도 제대로 변화에 대응할수 있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군요.

교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속에 있는 새끼도 알 바깥쪽의 어미도 같이
껍찔을 쪼아깨면서 서로 교신을 해야 부화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이럴때 창조의 힘이 생기고 자기계발도 되는 것이지요. 관료집단 내.외부가
함께 지혜를 짜고 서로 도와야지 한쪽만 가지곤 아무래도 효과가
떨어지겠지요.

< 정리= 이학영기자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