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은 안개속에서 치러지는 전쟁입니다.

목표(중국대중차선정 완성차 합작생산)는 있으나 그 목표를 언제
달성할수 있을지 모르는 오리무중의 게임이지요" 북경에서 열리고
있는 대중차전시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세계의 주요 자동차메이커
경영진들이 한결같이 내뱉는 말이다.

전시회 의사발표회 대중차제안설명회등 까다로운 3단계심사가 중국
정부관리앞에서 치러져도 합격.불합격 통지가 없는 것이다.

후일 점치기 어려운 적절한 시기에 중국실정에 맞는 대중차를 골라
합작생산을 하자는 것이 중국정부가 제시한 전부다.

이번 전시대회를 통해 전체적인 면접을 본후 각업체별로 시간을
두고 계속 접촉,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 중국측 속셈이다.

그래야 경쟁을 시켜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합작파트너를 고를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식 상술인 셈이다.

공개경쟁이 아닌 비공개 경쟁이기에 각 기업들은 가격및 기술이전내용,
국산화율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질이나 가격조건보다 누가 협상을 잘하느냐에 따라 완성차조립공장
티켓을 따낼수 있다.

이에따라 대회참가업체들은 자사의 전략을 조심스레 외부에 흘리면서
경쟁사들의 정보 입수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나카무라 히로카즈 사장은 "97년이후 생산
목표로 10만원인 민폐가격수준의 다목적 용도차인 X카를 중국형모델로
이미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격을 다소 높이 책정한 것은 다른 경쟁사들의 대중국 제시가격을
높이기 위한 전술로 풀이되고 있다.

혼다의 요시노 히로유키 부사장은 "피플( people )카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인치의 나라이며 인간관계의 나라라는데 착안,차종이름도
피플카임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심기 전략인 것이다.

혼다는 이미 호북성의 동풍 차공사와 합작으로 오는 96년부터 자동차
부품 생산을 하기로 돼있어 완성차생산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요타의 오니시 도시미 부사장은 "내년 1월 승용차기술지원센터를
천진시에 설립하는 것을 시발로 중국 자동차부품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업체들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중차 계획을 공개하며 적극공세를
펴고 있다.

이미 중국정부가 혼다 도요타 미쓰비시 닛산등 4개업체중에서 낙점할
결심을 굳혔다는 루머를 은근히 퍼뜨리며 다른나라업체들을 "초전박살"
낼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비해 미국업체들은 다소 소극적이다.

GM의 토머스 맥다니엘 부사장만이 "GM독일현지법인 오펠사의 모델인
코르사를 대중차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을뿐 포드및 크라이슬러는
향후 계획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미빅3사는 중국이 미국과의 복잡한 통상문제및 인권문제를
고려,적어도 자국의 1개 회사에 완성차 생산프로젝트를 맡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메이커들의 입장은 다르다.

폴크스바겐 시트로엥등이 이미 진출해 있는 이상 "수성"의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폴크스바겐사의 마틴 포스트 부사장은 "중국과의 합작생산 10년동안
국산화율이 산타나 85%,아우디 60%,제다 40%를 나타내고 있는것은
그만큼 착실한 기술이전의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성원 현대자동차사장은 "중국정부가 소형차에 관해 완전 독자기술을
가진 나라,세계에서 국제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실적과 경험을
쌓은 나라와의 합작생산을 원하기때문에 가장 승산있는 싸움"이라고
전했다.

김태구 대우자동차사장도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대우가 이미 자동차
부품 개발 및 경제형 승용차공동개발에 관한 항목건의서 승인을 받았으
므로 대중차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세기엔 중국이 일본 버금가는 자동차시장으로 발돋움한다는 보고서와
앞으로 10년안에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다는 보고서들은 각국
자동차메이커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한국 일본 미국으로 좁혀지고 있는 중국행 자동차 티켓,이 티켓을
따내기위한 전쟁터가 이곳 북경 대중차전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북경=최필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