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사들은 정부가 북.미의 북한핵협상 결과를 수용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북채널을 총동원,북한진출의 기회를 선점하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재계는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때까지 남북경협을 유보시킨 틈을 타
유럽 일본 기업들이 북한진출을 서두르고 있는데다 핵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이 북한에 대한 각종 투자제한조치를 일부 해제할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무역진흥공사는 19일 발표한 "미.북한 경제관계개선전망과
영향분석"에서 이같은 대북관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에대한 재계의
기민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 그룹사는 그동안 북경 홍콩등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방식에서
탈피, 국내외 경쟁기업에 앞서 임가공및 투자의 기회를 잡기위해
부단히 뛰고 북한 고위층의 정책적 지원을 유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대북투자의 우선 순위를 정해 독자진출을 진행하되 미국및
일본등의 제3국과 공동진출도 모색하면서 그동안 경공업부문에 국한해왔던
대북투자를 중공업부문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수립중이다.

현대그룹은 정주영명예회장이 방북(89년1월)때 논의된 금강산과 원산항
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현대건설을 내세워 북한경수로 건설의 주간사회사
로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와함께 이달초 북경에서 만난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
현대백화점의 고위관계자와 북한측의 고려민족산업발전협의회(약칭
고민협)간부와의 회의결과를 토대로 효율적인 대북진출을 위한 투자의
우선 사업분야를 선정하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방북이 허용되는 즉시 관광부문및 백화점사업등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섬유 가방분야의 위탁가공수준에서 탈피,
내년부터 경공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정부의 대북경협자금(95년
까지 3천억원)및 국제금융기관 차관의 제공 추이를 봐가면서 항만 도로
발전(열병합발전설비 포함)등 중공업및 사회간접시설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또 대북창구인 홍콩내 자회사인 "가승"을 통해 다져온 삼성
-북한과의 협조관계를 활용,북한 정무원 대외경제위원회 이성대위원장
등과 92년말 이필곤-김달현면담때 논의됐던 컬러TV및 신사복제조 부문
투자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정부가 금명간 취할것으로 보이는 방북허용조치에도 대비,
초청장의 재발급을 추진하고 대북투자 가능사업의 "종합제안서"를
준비중이다.

럭키금성그룹도 의류 중심의 임가공사업을 전기 전자등으로 확대하고
도로 항만 통신 전력등 사회간접자본시설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현재 정부로 부터의 승인계류중인 남포공단 1차산업을
재추진, 늦어도 내년초부터는 남포공단에서 블라우스및 와이셔츠
재킷 양식기등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선경그룹은 항만 도로등 사회간접분야 투자와 에너지분야 진출에 높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동양그룹은 20일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임원진을
교체, 대북 시멘트합작투자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쌍용그룹은 대북 신발합작및 수산물가공공장을 세우는 것을 비롯
롯데(백화점건립)효성(봉제및 직물합작)한화(PVC합작)두산(골프장갑)
코오롱(원사합작)고합(침구및 화섬직물합작)금호(합성고무및 타이어합작)
해태(과실음료공장)진로(소주)벽산(슬레이트공장)그룹등도 지금까지
대북접촉을 통해 추진해온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무공의 한 관계자는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에 투자하길 희망
하는 기업은 주요 그룹사들을 포함해 30여개기업 50여개 프로젝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투자희망분야도 섬유 전자 신발등
경공업및 생필품에서부터 가전 화학 정유 도로등 중화학및 사회간접시설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 김영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