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가구업체인 에넥스(대표 박유재)는 "오리표"라는 브랜드로 소비자와
친근했다. 20년동안 이 상호와 브랜드로 기업을 일궈왔다. 그러나 지난
92년 과거를 떨쳐버렸다. 기업이미지통일(CI)을 통해 "에넥스"로 거듭난
것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간판"을 하루하침에
갈아치운것. 모험이다. 모험의 이면에는 전문기업으로서의 긍지가
배어있다.

모험의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외형면에서 봐도 지난해
매출이 92년보다 16%늘어났고 올들어 1.4분기도 전년동기대비 20% 늘어난
1백54억원을 기록했다.

한우물을 파왔다는 말로 성장의 이면을 말하는 이회사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에넥스는 올해로 창업 23주년. 회사연륜만으로 얼핏 보면 보수적인 색깔
의 기업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부엌가구문화를 선도하는 "새내기"다운
면이 여러군데서 보인다.

지난 92년 부엌가구업계 처음으로 자외선건조(UV)도장의 부엌가구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 베이지색 회색일변도였던 부엌가구를 녹색
빨강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색채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회사 제품중 빨강색 계열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경쟁업체들도 UV도장라인을 줄줄이
들여온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박유재회장은 "소비자의 취향변화를 읽은 것이 히트상품을 만든 원인"
이라고 말한다. 고급제품과 다양한 칼라 패션과 첨단기능이 어우러진
제품이 아니고서는 선두를 지킬 수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포거스100운동은 고객만족경영을 종업원들이
실천해야 한다는 주문을 담고있다. 최근들어 임원들의 1일종업원제도를
도입,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소비자의 기호변화는 생산체제의 변화를 강요한다. 소비자의 고급제품
선호는 양산체제보다는 주문생산체제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생산시설의 50%정도는 이미 주문생산체제로 바꿨다. 2주일이상 걸리던
납기가 10일이내로 대폭단축됐다.

부엌가구업계의 산증인이란 명함이 과거에서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오늘의 에넥스를 대변한다는 소리를 듣고싶어한다.

수출로 세계시장을 파고들고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수출목표는
지난해5백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7백만달러. 부피가 큰 제품성격상
완제품수출이 어려워 상판을 주로 내다 팔았으나올해는 완제품부엌가구의
수출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 설치한 전시장을 통해 수출을 늘릴 계획
이다. 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수출에 매진하고있다.

일찍이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한 것도 이회사의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큰
줄기의 경영방침이나 임원인사를 빼고는 김영광사장이 모두 관장하고있다.

에넥스는 요즘 "한국형부엌가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말
박사2명을 포함한 30여명의 연구원으로 주방가구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나
서울대 조형연구소와 산학협동체제를 갖춘 것도 모두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한국형 부엌가구는 한국인의 체형에맞는 부엌환경을 연출하는 것. 박회장
은 "지금까지는 외국부엌가구를 쫓아가는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국적있는
제품을 개발할 때"라며 "5년안에 세계 10대 부엌가구업체로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