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길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기아 카니발, 현대자동차 투싼 등 인기 모델은 출고 대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판매 순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대기가 짧은 제네시스 G80, 현대차 아반떼 등은 순위가 올랐다. 차종마다 부족한 반도체의 종류가 달라 빚어진 현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량 1위는 G80(5501대)가 차지했다. 5311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 모델이 판매량 1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G80는 작년 1월만 해도 7위(5650대)였다. G80가 고급 수입차 대비 경쟁력을 갖췄지만, 출고 대기가 비교적 짧다는 점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G80의 출고 대기 기간은 3개월로, 현대차 모든 차종 중 가장 짧은 편이다.

작년 1월 6위(6552대)에 머물렀던 아반떼는 올해 1월 3위(5437대)까지 올라왔다. 고성능 아반떼 N 역시 출고 대기가 4개월로 그마나 짧은 편이다.

반면 카니발은 작년 1월 2위(8043대)에서 올해 1월엔 8위(4114대)로 내려앉았다. 카니발은 출고 대기가 10개월 이상이다. 차간 거리를 감지하는 전방레이더용 반도체를 제때 구하지 못한 탓이다.

투싼도 마찬가지다. 투싼은 지난해 1월 5위(6733대)에서 1년 만에 10위(3619대)로 밀려났다. 투싼은 현대차 차종 중에서도 출고 대기가 가장 긴 편이다.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에 필수적인 스마트 파워테일게이트 공급이 부족해서다. 업계에선 반도체 공급난이 1분기까지 이어지다가 2분기부터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