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9000대가량 팔리던 그랜저
7월 약 5200대→8월 3600대로 급감

부품 수급 차질, K8 출시 등 여파
내년 완전변경 모델 출시 앞둬
그랜저. 사진=현대차

그랜저. 사진=현대차

올 상반기 질주하며 '5년 연속 베스트셀링카'를 노리는 그랜저가 하반기 들어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페셜 트림 '르블랑' 투입에도 판매량이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분기 경쟁자인 기아 K8이 출시됐고, 그랜저 자체도 내년 완전변경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락세가 지속되면 올해 베스트셀링카 자리는 자칫 현재 2위인 카니발에 내줄 가능성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그랜저 판매량은 3685대로 7월(5247대)보다 더 줄었다. 상반기 월평균 9000대 가까이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꺾였다. 지난 1~6월 그랜저 판매량은 월별로 1월 8081대, 2월 8563대, 3월 9217대, 4월 9684대, 5월 7802대, 6월 9483대로 집계됐다.

월간 판매 순위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쏘나타(4686대), 아반떼(4447대)에 밀렸다. 지난 5월 르블랑 트림 출시로 판매량 하락 방어에 나섰으나 올해로 출시 6년차를 맞은 만큼 고전하는 모양새다. 르블랑 트림은 출시 이후 월평균 약 45% 비중으로 그랜저 판매를 이끌고 있다. 출시 직후인 6월에는 판매량이 4481대까지 치솟으며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도 고스란히 받았다.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하반기 들어서도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7월에는 전기차 생산 라인 설치를 위해 약 한 달 간 가동을 멈췄고, 이달 들어서도 부품 수급 문제로 총 5일간(9~10일, 15~17일) 생산을 멈춰야 했다.

동급 경쟁 모델인 K8의 출시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그랜저를 제대로 겨냥하고 나온 차량인 만큼 그랜저 판매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플랫폼과 신차라는 점도 K8으로 수요가 몰린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K8은 7월엔 출시 이후 처음으로 그랜저를 제치기도 했다. 그랜저의 내년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점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랜저는 2016년 11월 6세대 출시 직후인 2017년부터 4년 연속 승용 국산차 부문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유지했다. 올해 5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타이틀을 노렸으나 이 같은 판매 추이라면 장담할 수 없다. 올해 1~8월 그랜저 누적 판매량은 6만1762대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호조 속에 2위로 올라선 기아 카니발(5만7537대)에 4000여대 차이로 추격당하고 있다.

물론 내년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랜저는 2019년 6세대 부분변경 모델 출시 당시 사전예약 첫날 1만7294대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 중 역대 최다 예약판매 기록을 쓴 바 있다. 최근 현대차 첫 경형 SUV 캐스퍼 등장 이전까지 이 기록을 깬 신차가 없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차량 출고 지연이 신형 그랜저에 도리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8 수요가 완전변경 그랜저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신형 그랜저는 신규 플랫폼에 각종 첨단 장치가 탑재돼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K8 수준으로 전장을 늘려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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