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머 전기 픽업트럭 올 가을 북미 출시
허머 전기 SUV는 2023년 초 출시 예정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

허머, 한때 '기름 먹는 차'로 시장서 외면
전기차로 재탄생한 후 이어지는 관심
북미서 사전예약 '완판 행렬'
허머 전기 픽업트럭. 사진=GMC 홈페이지

허머 전기 픽업트럭. 사진=GMC 홈페이지

10년 전 단종된 GMC(GM 산하 브랜드) '허머'가 전기차로 부활한다. 한때 '기름 먹는 허머'로 시장 외면을 받았던 차지만 친환경차로 재탄생하면서 도리어 주목받고 있다. 사전예약 때마다 '완판'을 기록하며 10년 전 단종 설움을 완벽하게 씻어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M의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 GMC는 허머 전기차(EV)를 올해 가을 북미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 픽업트럭을 시작으로 2023년 초에는 허머 전기 SUV 버전도 선보인다.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허머는 미국 군용차 '험비'를 개량한 모델이다. 2010년 판매 부진과 친환경 추세 속에 퇴출됐다. 미국 시장이 연비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심각하게 낮은 연비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내연기관차 허머의 평균 연비는 L당 3~4km에 불과했다. 가격경쟁력도 떨어지는 허머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던 이유다.
허머 전기 픽업트럭. 사진=GMC 홈페이지

허머 전기 픽업트럭. 사진=GMC 홈페이지

이랬던 허머가 부활했다. 친환경차로 재탄생하자 10년 전과 달리 소비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허머 EV 일부 트림은 본격 출시에 앞서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작년 10월과 올해 4월 각각 공개된 허머 전기 픽업트럭과 SUV 한정판 트림 '에디션 1'은 예약 개시 10분도 채 안 돼 모조리 팔렸다. 픽업트럭과 SUV는 모두 EV2, EV 2X, EV 3X, 에디션 1 등 4개 트림으로 운영된다. 에디션 1이 최상위 트림이다.

에디션 1의 가격은 픽업트럭 11만2595달러(약 1억3158만원), SUV 10만5595달러(약 1억2340만원)다. 모두 1억원을 웃도는 가격대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픽업트럭은 계획한 1만대가 전량 예약된 것으로 파악된다. SUV의 정확한 예약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에디션 1 트림 외 나머지 트림의 예약 판매는 현재 진행 중이다.
허머 전기 SUV. 사진=GMC 홈페이지

허머 전기 SUV. 사진=GMC 홈페이지

새 단장한 허머 전기차가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건 우선 최대 단점이던 연비 문제가 없어져서다. 소비자들로선 구매를 포기할 가장 큰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과거 내연기관차 허머의 폭발적 성능과 거대한 덩치,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마니아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실제 전기차 허머도 내연기관차만큼이나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려 3개의 고성능 모터(에디션 1 트림 기준)가 탑재돼 최고출력이 1000마력(픽업트럭)에 달한다. 허머 전기 SUV의 성능도 830마력이다.

배터리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품 '얼티엄 배터리'가 탑재된다. 1회 충전 시 픽업트럭은 최소 350마일(약 563km) 주행 가능하며, 800볼트(V) 고속충전 시스템이 탑재돼 10분 충전만으로 160km를 달릴 수 있다. 허머 전기 SUV의 주행거리는 300마일(약 483km) 이상으로 예상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픽업트럭, SUV 모두 3초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픽업트럭 수요가 높아진 영향도 컸다. 자동차 시장분석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올해 초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년 내 픽업트럭 구매 의향이 있는 미국 소비자 10명 중 4명은 전기 픽업트럭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픽업트럭의 전기차 전환은 자동차 업체들로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GM은 허머 외에도 쉐보레 대표 픽업트럭 실버라도 전기차 버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허머 전기 SUV 실내. 사진=GMC홈페이지

허머 전기 SUV 실내. 사진=GMC홈페이지

허머의 전기차 전환은 GM 내부에서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연비' 대표 주자로 친환경과 정반대 이미지를 가진 점이 도리어 시장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경쟁모델로 꼽히는) 테슬라 사이버 트럭을 뛰어넘으려면 '시장 충격'이 필요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일반적 전기차보다는 과거 연비가 안 좋았던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출시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실제 전략이 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GM은 2035년까지 전기차 업체로의 완전 전환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해 최소 30종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2025년 말까지는 전체 판매 차량의 4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도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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