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난항에 줄줄이 출고 지연 수입차
-프리미엄 넘어 이제는 '하이엔드' 선호

수입차 시장의 연이은 침체기가 화제다. 한때 연간 30만대까지 넘봤지만 올해는 역대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등록대수는 8만9,928대로 전년 같은 기간인 11만6,798대보다 무려 23.0% 감소했다. 아직 7개월이 남았지만 역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수입차 업계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입차의 시장 침체는 국산차의 선전에 따른 영향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일까가 궁금해진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시장을 이끄는 주요 브랜드의 경우 강화된 국내 인증 체계로 물량확보와 인증지연이 발목을 붙잡았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실제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 빅4(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중 올해 5월까지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 중인 곳은 없다. 수입차 점유율 1위를 지키는 벤츠는 작년과 비교해 23.9% 줄었고, 2위 BMW는 부정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51.7%나 급락했다. 아우디폭스바겐 역시 표면상 정상 영업 중이지만 인증을 통과한 판매 가능 제품이 폭스바겐 아테온 단 1종에 불과해 전년 대비 각각 31.4%, 66.6%씩 공백이 생긴 상태다.
[하이빔]2019년 수입차가 침체기라니...천만에

그럼 수입차 침체에 맞춰 국산 승용 시장은 성장했을까? 국산 5사 실적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승용판매(승합차, 버스, 트럭 제외)는 52만2,095대로 전년 52만2,337대와 거의 변동이 없다. 5사 간의 점유율 이동만 있었을 뿐이다. 때문에 올해 전체 승용 시장의 침체는 오롯이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출고 공백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시각이다. 오히려 국산차가 수입차와 달리 비교적 인증절차에 수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의 공백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주요 수입차 브랜드는 대기 수요를 꾸준히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인증을 완료하고 판매를 재개한 폭스바겐 아테온은 5월 673대가 한 번에 출고됐다. 기존 출고 대기자와 신규 계약자가 몰린 결과다. 일부 브랜드 역시 인증통과와 물량확보 시기에 따라 월 출고 대수가 들쑥날쑥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되는 현상은 '하이엔드'의 약진이다. 평균 가격이 억대를 호가하는 럭셔리카 부문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 지난해 국내 진출 최초 100대 이상이 판매된 롤스로이스는 올해 역시 전년 대비 50% 이상의 성장을 기록 중이며, 세 자릿수 판매를 해본 적 없는 람보르기니도 신형 SUV 우루스를 출시하며 200대 이상의 대기 수요를 만들어 올해 100대 이상은 확신하고 있다. 평균가 1억원을 훌쩍 넘는 포르쉐 주력 제품 카이엔 또한 수입 SUV 판매 1위에 오를 정도로 수요가 많다.

물론 물량 및 인증과 별도로 순수하게 판매부진에 허덕이는 수입차 브랜드도 있다. 그러나 인증 강화 등 애로사항이 존재하는 현 시점에서 국내 수입차 시장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를 맞이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히 수입차 시장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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