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Joy] 더 강해진 기아차 '더 K9'… 판매량 뒤에서 1위? 이번엔 뒤집어 놓겠다
‘기아자동차가 칼을 갈고 나왔다.’

지난 3일 출시된 기아차의 대형 세단 ‘더 K9’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외관부터 내부 마감재까지 허술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그야말로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K9은 기아차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2년 출시한 1세대 K9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시 첫해 7599대가 팔린 이후 매년 판매량이 줄어 지난해 판매량은 1553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아차의 승용차 모델 중 ‘판매량 꼴찌’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기아차는 새로 선보인 신형 K9을 통해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각오다.
[Car&Joy] 더 강해진 기아차 '더 K9'… 판매량 뒤에서 1위? 이번엔 뒤집어 놓겠다
◆요리조리 뜯어봐도 ‘동급 최강’

지난달 20일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의 35%를 차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부사장의 자신감은 차량의 경쟁력에서 비롯됐다.

6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로 돌아온 신형 K9은 가격대가 비슷한 국산·수입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차체가 가장 크고 넓다. 신형 K9의 전장(길이)은 5120㎜, 전폭(너비)은 1915㎜다.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80보다 30㎜가 더 길고, 아우디의 대형 세단 A6보다 40㎜ 이상 더 넓다. 차량의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 사이 간격)도 3105㎜로 동급 모델 중 가장 길다. 힘에서도 동급 모델을 압도한다. 3.3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은 최고 출력이 370마력, 최대 토크는 52㎏·m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렉서스의 대형 세단 ES350보다 출력이 100마력 가까이 높다.

외장 디자인은 ‘응축된 고급스러움과 품격의 무게’를 콘셉트로 잡았다. 대형 세단에 걸맞은 웅장함과 입체감을 형상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검은색 신형 K9을 마주하면 위압감이 느껴진다. 차량 후드(보닛)를 길게 빼고 차체의 60% 이상을 휠베이스에 할애해 실제 크기보다 더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 덕이다. 내부 장식은 수평적으로 배치해 일체감 있고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유럽산 천연가죽 소재를 사용한 시트와 곳곳에 적용한 고급 나무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차량 정중앙에 있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모리스 라크로와의 아날로그시계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는 평가다.

◆예방 안전이 최우선

고급 세단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안전이다.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와 동승객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전 대형 세단이 에어백을 추가로 설치하고 차체 강성을 키워 사고 이후 안전에 집중했다면 신형 K9은 예방 안전에 노력을 기울였다. 첨단 주행기술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신형 K9의 전 트림(세부 모델)에는 △차로 유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전·후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을 기본 장착했다.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곡선 구간에 이르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터널에 진입하면 알아서 창문을 닫고 공조기능을 전환하는 터널연동 제어기능도 추가됐다. 노면 특성에 따라 도로를 1024개로 세분화해 인식하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신형 K9은 지난달 20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해 10영업일 만에 2000대가 계약됐다. 열흘 만에 지난해 판매량(1553대)을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신형 K9이 국산 대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제네시스의 G80과 EQ900이 양분하고 있던 시장에 K9이 등장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시장 규모를 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신형 K9의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3.8 가솔린 모델 5490만~7750만원 △3.3 터보 가솔린 모델 6650만~8230만원 △5.0 가솔린 모델 9330만원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