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미래 자동차 시장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미래차 개발을 위한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고 ACM의 첨단 미래차 연구단지 건립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한다고 25일 발표했다.

ACM은 미국 미시간 주정부를 중심으로 미시간주립대, 완성차 및 통신 업체 등이 동참해 설립한 미국 연방정부 공인 산학협력 기관이다.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분야 기술 개발, 성능 개선, 양산 가능성 검토, 표준화 구축 등을 목적으로 한다.

ACM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서쪽 입실런티 타운십 외곽의 윌로 런에 자율주행 연구 인프라 및 제품 개발 주행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연구단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 12월 말 1단계 시설 공사를 완료한 뒤 2019년 말 최종 완공할 예정이다.

연면적 약 200만㎡인 이 연구단지는 각종 주행 상황과 기후 환경 등 시험 평가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하고 반복·재현 실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조성된다. 고속도로, 비포장도로, 터널 등 실도로 환경을 완벽히 재현한 자율주행 시험장과 양산제품 검증을 위한 고속주행 시험 도로도 설치된다.

또 V2X(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반의 통신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ACM의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 검증,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평가, V2X 알고리즘 개발 등을 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ACM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도요타 포드 AT&T 등 다른 기업과의 기술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술 흐름을 파악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ACM의 창립 멤버 자격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내 자율주행 기술 표준화·제도화 관련 협의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독자 개발에 의존하면서 글로벌 합종연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근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업체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