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근 "대립적 노사관계로 경쟁력 추락…임·단협 주기라도 3~4년으로 늘려야"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합은 임금을 양보하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다시 뛰어오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사진)은 1일 “적대적 노사관계가 자동차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한국 수출의 13.8%(2015년 기준 726억달러), 국내 제조업 고용의 11.8%(약 35만 명)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그러나 2005년부터 11년간 유지해온 세계 5위 생산국 자리를 지난해 인도에 내주는 등 갈수록 뒤로 밀리고 있다.

김 회장은 “세계 각국이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동 제도를 개혁하고 글로벌 경쟁사들도 이에 맞춰 노사관계를 협력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한국만 1980년대 민주화 열망이 분출하던 시기에 생긴 대립적 노사관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임금체계 개편을 자동차산업 경쟁력 회복의 열쇠로 꼽았다. 그는 “생산성에 관계없이 매년 연봉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와 매년 반복되는 임금 협상 때문에 한국 자동차업계 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조는 ‘회사가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생산성과 직무 가치에 기반한 임금체계 구축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단체협약 교섭 주기를 미국이나 유럽처럼 3~4년으로 늘려 불필요한 노사 대립을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구축하면 대기업 생산직 연봉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같이 뛰는 기형적인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며 “정부도 자동차업계 노사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법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등 주요 자동차 기업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다시 계산한 과거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가 있고,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신의칙을 적용해 근로자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임금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법리를 제시했다.

김 회장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자동차업계 임금이 가파르게 올랐는데 노조가 이제 와서 신뢰를 깨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가 패소하면 해당 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수조원 발생하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