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무인차량로봇연구센터장 김정하 교수

“국내 순수 기술로 ‘구글카’(구글이 만든 무인자동차) 같은 무인차량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도 양웅철 부회장(연구개발 총괄책임자)이 미래 상용화 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를 남양연구소에서 개발하겠다고 밝혔지요.”

지난 20일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국민대 무인차량로봇연구센터. 자동차공학과 교수인 김정하 센터장(54·사진)은 기자와 만나 “국내 무인자동차 기술력을 높이려면 구글카(번호판을 달고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를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최근 안철수 대선 후보가 방문해 화제가 됐다. 지난 9월 안철수 후보는 국민대를 찾아 무인자동차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안 후보는 국민대 연구팀이 현대차 베라크루즈(최대 시속 60km)를 기반으로 개조한 연구용 무인자동차를 시승한 후 “무인자동차는 융합기술의 대표 분야이고 융합기술은 혁신경제의 원동력이다. 우리 기술로 이런 차를 만든 게 대단하다” 며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격려했다.

김 센터장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와 관련,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지능형 차량 기술분야의 연구 저변을 확대하고 첨단 미래 자동차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 자동차 업계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와 전기자동차(EV) 등 친환경차, 아니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무인자동차 같은 지능형차 두 종류로 분류될 것” 이라며 “구글이 5년 내 미국 전역에 상용화 계획을 밝힌 구글카와 비교하면 국내의 경우 개발 비용 및 연구인력 부족으로 무인자동차 개발 기술이 크게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2005년과 2007년 주관한 ‘무인자동차 경주대회(그랜드 챌린지)’ 입상팀 교수진을 영입해 자율주행차 연구에 공을 들였다.

2010년부터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만든 구글카 프로젝트에 연간 12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올 5월 네바다주로부터 면허증(번호판)을 발급받고 정식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미래자동차를 선보인 획기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차 주관으로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2010년부터 격년제로 ‘무인차량 경진대회(미래자동차기술공모전)’를 열고 있다. 이 대회는 일반도로에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구글카와 달리 아직 실험 주행로를 달리는 수준이다. 앞으로 연구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인자동차는 사람이 없이도 차가 스스로 도로 상황과 장애물을 판단해 조작하고 주행하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뜻한다. GPS(위치정보시스템) 수신기, 레이저 스캐너, 비디오 카메라 및 레이더 센서 등을 장착한 자율 주행 시스템을 구축했다.

무인자동차의 자율 주행 시스템은 장애물 인식과 위치 파악을 위한 감지 시스템, 속도와 방향에 대한 명령을 내리는 제어시스템, 명령을 수행하는 동작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대학 연구소 등에서 차량용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선 국민대 연구팀이 1998년부터 가장 먼저 무인자동차 분야에 뛰어들었다. 김 교수는 2000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으로 건너가 무인차량 기술 프로그램을 익혔고 2008년 무인차량연구센터를 열어 무인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특히 국민대 연구팀에서 만든 무인차량용 카메라센서는 플로리다 대학팀이 2007년 DARPA 무인차량 경주대회에 출전할 때 장착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무인자동차의 국내 상용화까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센터장은 “상용화를 위해선 독립적 무인차량객체의 개발 외에 저가형 센서 개발, 도로 인프라의 형성, 도로법규개정 및 표준화를 위한 연구 정책 등 많은 부분의 협력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며 “이런 모든 부분이 사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이뤘을 때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국 아이트리플이(IEEE, 전기전자공학회)에선 2040년까지 미국 도로를 달리는 4대 중 3대는 무인자동차가 될 전망이라고 발표했고, 2015년까지 미 군용 차량을 무인화 하도록 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며 “무인차량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