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출시된 모델 수가 270여 개로 국산차(40여개)보다 6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올들어 부쩍 커지고 있는 시장도 경쟁을 달구는 요인이다. 수입차는 올 상반기 사상 최초로 점유율 6%를 돌파했다. 신규 등록된 차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31.2% 증가한 3만3449대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모델은 따로 있다. 성능에 비해 저렴하거나 안정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한 차들이다. 연비가 떨어지거나 틈새시장만 파고 든 모델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인기절정의 혼다ㆍBMWㆍ렉서스

올 상반기 혼다는 19.1%의 점유율로 BMW(14.4%)와 메르세데스벤츠(11.8%)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중저가 수입차 시장을 착실하게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중대형 세단인 어코드 3.5는 2262대 팔린 데 힘입어 부동의 1위를 지속했다. 어코드 3.5는 최고출력 275마력에 최대토크 34.6㎏ㆍm의 힘을 갖췄다. 어코드 2.4 역시 847대 팔려 상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격은 3490만원으로,3500㏄ 모델보다 450만원 저렴하다. 혼다의 CR-V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선 유일하게 톱10에 끼었다. 저렴한 가격(3090만~3490만원)으로 수입차를 타고 싶어하는 고객 심리를 파고든 결과로 분석된다.

BMW는 중대형인 528i로 베스트셀링 2위(2103대)를 차지했다. 가격이 675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세단임에도 불구하고,이처럼 많이 팔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BMW 측은 "5시리즈가 BMW의 대표적인 차량인 데다,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이 소비자 관심을 끈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320i는 BMW의 엔트리급 모델로,소형 스포츠세단의 성능을 인정받아 올 상반기에 673대나 팔렸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도 상위 10위 안에 2개 모델의 이름을 올렸다. 5960만원인 ES350은 럭셔리 패밀리세단이란 컨셉트에 맞게 실내 공간을 넓힌 게 특징이다. 10개 에어백 등 각종 안전장치도 많다. 상반기에만 1440대가 팔렸다. IS250은 스포츠세단 특유의 역동성과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 장치를 바탕으로 수입차 중 여섯 번째로 잘 팔리는 모델이 됐다. 연비 역시 ℓ당 11.4㎞로 높은 편이다. 렉서스에 대해선 '잔고장이 없는 차'란 평가가 많다.


◆부진한 미국 중저가 브랜드

수입차 중에선 롤스로이스,마이바흐,포르쉐,벤틀리 등 수억원대의 초고가 모델 판매가 저조했다. 수요가 워낙 제한적이어서다. 상반기 1~2대 팔렸거나,아예 팔리지 않은 모델도 적지 않다.

5000만원 미만의 수입차 가운데,판매순위가 특히 떨어지는 차량은 △틈새시장만을 노린 한정판 모델 △연비가 떨어지는 중대형 승용차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SUV 등으로 집계됐다.

중저가 수입차 중 워스트셀링 모델은 캐딜락의 중형세단 BLS 디젤(4대)이었다. 상반기에 143대 팔린 CTS 3.6(5340만원)의 위세에 눌렸다는 평가다. 가솔린 모델인 BLS 역시 8대만 팔려 공동 3위에 올랐다. 평범한 2000cc급 모델 치고는 가격(4180만원)이 높고,연비가 ℓ당 10.2㎞에 불과한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포드의 이스케이프 3.0은 3250만원이란 경쟁력 있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6대만 팔렸다. 2.3 모델(506대)이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잘 팔린 것과 대조적이다. 3.0 모델의 연비가 ℓ당 8.3㎞에 불과한 점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푸조의 407 2.2(8대) 역시 저연비로 인해 판매량이 저조했던 모델이다. 연비가 ℓ당 9.1㎞에 불과하다. 같은 407 HDi의 연비(14.3㎞)와 크게 차이난다. 두 차량 가격은 각각 4150만원,4300만원으로,차이가 150만원밖에 나지 않는다. 푸조의 207RC(6위),폭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 2.0 TDI(8위),포드 머스탱 컨버터블(9위),볼보 C30 T5(10위) 등은 틈새시장 공략용으로 들여온 모델이어서 수요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