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로 불리는 자동차들이 있다.

007 시리즈 등 외국 영화에서라면 모를까 국내 도로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은 고성능 스포츠카들이다.

가격은 웬만한 아파트만큼 비싼 3억∼4억원에 달한다.

이탈리아산 페라리도 그런 슈퍼카의 하나다.

스포츠카 페라리,그리고 도시에서 타는 페라리 쯤으로 이해하면 좋을 마세라티를 파는 사람이 있다.

과연 잘 팔릴까.

올해 목표량 100대를 벌써 채웠다고 했다.

이제 연말까지 할 일은 "자동차 세일즈가 아니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모시는 것"이라고 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원인 FMK(Forza Motors Korea)의 전우택 공동 대표(44)를 만났다.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4년 만에 '꿈의 차'라고 하는 페라리까지 팔게 됐네요."

전 대표는 국산차 회사와 수입차 회사,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두루 거친 흔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대우그룹 비서실에 근무하던 1995년 대우자동차 관련 일을 하면서 자동차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아우디,크라이슬러를 거쳐 지난해 9월 FMK로 옮겨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전 대표지만 FMK로의 이직은 크나큰 도전이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이전까지 경험했던 브랜드와는 워낙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다.

직전까지 몸담았던 크라이슬러는 한국 시장에서만 연간 5000대 이상 팔리는 양산형 브랜드.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 해 판매량이 5000~6000대에 불과한 최고급 슈퍼카 브랜드다.

가격(3억~4억원)만큼이나 힘도 좋다.

400마력의 힘으로 정지 상태에서 5초면 시속 100㎞를 넘어선다.

마케팅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 수업과 10명밖에 안 되는 수업의 차이라고 할까요.

양산형 브랜드에서는 하나의 표준을 정해 놓고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을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반면 고급 브랜드에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죠."

전 대표는 거의 모든 고객들의 이름과 직업은 물론 구입한 차종과 출고일자까지 외우고 있다고 한다.

한두 번 안면이 있는 고객이라면 가족 관계와 취미,취향까지 훤히 꿰고 있다.

"사실 어느 곳에서든 기본은 다르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최고 품질의 제품을 드리고,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으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점은 어디에 몸담고 있더라도 똑같아야 합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국내에서도 스포츠카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초기 물량으로 들여온 10여대는 사업을 시작하던 지난해 11월 이미 계약이 끝났다.

지금 차를 사려는 고객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페라리와 마세라티를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 타는 차 정도로 알면 커다란 오해이자 착각이라고 전 대표는 강조했다.

자동차를 단순한 운송수단이나 부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 자체를 즐기고 자동차를 통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요즘 저는 고객들로부터 삶을 슬기롭고 조화롭게 사는 방식 등에 관해 많이 배웁니다.

자동차에 대한 식견만 하더라도 그분들과 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고객들은 운전대만 잡아봐도 그 차가 몇년도에 나온 모델이고 주행거리는 얼마나 되는지를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그렇게 말하는 전 대표도 전공 이외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그의 부하 직원들은 회식을 어디에서 할지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가 워낙 전국 곳곳의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불친절한 식당은 용서해도 음식이 맛 없는 식당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비싼 데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죠.만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적당한 장소,적절한 음식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와인을 즐기지만 전문적으로 아는 건 아니에요.

그저 어느 와인은 어느 음식이랑 같이 먹으면 제맛을 낸다는 정도죠."

그는 FMK에서 일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스포츠카 마니아가 됐다.

F1 자동차 경주가 있는 날은 고객들과 밤새도록 위성 중계방송을 보면서 페라리를 응원한다.

주말이면 경기도 용인이나 강원도 태백에 있는 경주용 서키트에 나가 자동차 마니아들의 문화를 체험한다.

모두가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