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14일 코스닥 지수는 한때 100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메모리반도체중 주력 수출품목인 64메가D램(PC100 제품 기준)의 국제 현물가격은 개당 7.10~7.53달러로 폭락했다.

한국 경제가 외풍과 내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론 고유가와 반도체 수출가격 하락, 대일 무역적자와 통상마찰 확대, 환율 불안 등으로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으론 구조조정 지연과 주가 폭락, 파행을 거듭하는 정치권이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내부 완충장치가 없는 전형적인 ''천수답'' 경제구조가 위기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대 현안인 고유가는 이미 한국경제의 연착륙에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수입은 9억달러 늘고 수출은 1억달러 감소해 연간 10억달러가량 경상수지가 나빠진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마다 에너지 절약형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는데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말뿐이었다.

최근 메릴린치증권사는 유가인상으로 한국이 입는 타격이 아시아 국가중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석유공사는 동절기 유류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면 유가가 4.4분기에도 배럴당 29∼30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올 원유 수입액은 당초예상보다 20억달러 더 늘어난 2백5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산업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도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문제다.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 2백50억달러(목표치)로 전체 수출의 15%에 달해 가격하락의 파급 효과가 크다.

대일 무역적자도 답답한 현안이다.

올들어 8월20일까지 대일 적자는 80억달러로 작년 연간 적자액(83억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는 대일 적자 주범인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강조해 왔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내부적으론 이런 외부충격을 흡수해줄 완충장치가 없다.

공적자금을 1백17조원이나 투입하고도 금융구조조정을 끝내지 못해 다시 20조원가량의 추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다.

주가마저 연일 하락, 증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원화 환율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엔화나 다른 동남아통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올라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얽매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각종 법안과 추경예산안 등 민생관련 법안은 낮잠을 자고 있다.

"답답하다. 잘 넘어갈 듯하면서도 자꾸 악재가 겹친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지만 정작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 경제팀이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새 팀에 걸었던 기대는 꺼져가고 있다.

기업 국민 모두 갑갑한 경제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