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오는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했고 유로존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을 반영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ECB 역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11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연 4.5%, 수신금리와 한계 대출금리는 각각 연 4%, 연 4.75%로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기준금리 연 4.5%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 번의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라가르드 "인플레 압력 줄었다"…6월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둬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ECB가 이번 회의에서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 자료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높아지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요 금리가 현재 진행 중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판단된다”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데이터에 의존하며 접근하는 방식을 계속 따를 것”이라고 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2.4%를 기록했다.

다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ECB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치를 낮췄다. Fed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ECB가 미국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제이슨 데이비스 JP모건 글로벌 금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경제의 중요성과 통화 정책 차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고려하면 두 중앙은행의 금리 차이는 크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ECB가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 91%에서 이날 82%로 소폭 하락했다.

Fed의 금리 인하가 ECB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피터 샤프릭 RBC 캐피털 마켓의 전략가는 “ECB는 (금리 인하) 결정 방향을 이미 못박은 상태”라며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가 현재 예상치와 동떨어져 있지 않은 단계에서 (금리 방향을) 변경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내년에 목표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과 운임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