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천시 다문화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
최근 경기도가 새학기를 맞아 다문화가정을 위한 학교 가정통신문 통·번역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별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제공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대상 지역 안내에서 ‘30개 시·군(과천 제외)’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왜 과천은 빠졌는지 묻자 경기도 관계자는 “과천시 다문화 가구원 수가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적다 보니 상주 통·번역사가 없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과천시에 다시 ‘왜 통·번역사를 두지 않느냐’고 물었다. 과천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거주하는 다문화 가족 수가 적고, 국적과 사용 언어가 너무 다양하다”고 했다. 이어 “시 차원에서 통·번역사를 다 고용하기 어려워 요구 충족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다누리콜센터’를 활용하라고 안내하는 편이 인력과 예산 운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시 가족센터에 등록한 다문화가족 수는 87명이지만 국적은 중국·조선족(25명), 베트남(10명), 필리핀(9명), 캄보디아(3명), 북미(8명), 유럽(3명), 러시아(2명) 등 10여 개국에 달해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 대면으로 언제든 직접 도움을 청할 기회가 있는 것과 콜센터에 전화해 대기한 다음에 매번 바뀌는 상담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접근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통계청 인구총조사에서는 과천시 내 다문화가족이 772명에 달한다. 이 중 87명만 과천시 가족센터에 등록했다는 것은 ‘서비스할 필요가 없다’는 근거라기보다 ‘서비스가 없어서 신청을 안 한다’에 가까워 보인다.

모든 언어에 대해 상주 통·번역사를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인접한 지자체와 인력을 공유하거나 민간에 일부 서비스를 위탁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과천시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예산이 부족한 작은 지자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는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한국은 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 다문화가구는 2015년 29만9241가구에서 2022년 39만9396가구(통계청 인구총조사)로 7년 새 10만 가구 넘게 늘었다. 전체 다문화가구의 30%에 해당하는 12만2458가구가 경기도에 살고 있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 안정성을 높이고 소속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문제다. 특히 다문화가구 어린이를 포용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쉽사리 ‘OO 제외’라고 적기 전에 행정기관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