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국-의존국 관계 아닌 파트너십이 양국에 이익"
극우진영 64% 찬성…실권위기 네타냐후의 불장난 지적도
"미국 기대지 말자"…이스라엘 내 안보전략 개편론 대두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압박 강도를 높이며 이스라엘 내부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극우인사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동맹 관계에 있는 일부 극우 인사들은 전날 미국이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을 통해 가결시킨 것을 비판하며 그간 이스라엘이 미국과 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고문 출신 칼럼니스트 캐롤라인 글릭은 WSJ에 "이스라엘은 특히 미국의 무기에 과하게 의존해왔다"며 "양국 관계의 성격은 이제 기존의 후원국과 의존국(지원·보호에 기대는 국가) 관계에서 파트너십 관계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양국 모두를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미국은 이스라엘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 지원을 제공하며 이스라엘의 최대 동맹국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스라엘은 이란 등 주변국과의 분쟁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도 미국과 협력을 이어왔으며,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는 이스라엘의 안보와 발전에서 미국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는 기초 여건으로 여겨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터졌을 당시에도 미국은 중동 지역에 군함과 병력을 보내 헤즈볼라나 이란 등 하마스의 다른 동맹 세력들의 참전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양국의 굳건한 동맹은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전쟁 지속 의지에 연이어 제동을 걸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지상 공격 등을 두고 잇단 파열음을 낸 양국의 관계는 25일 미국이 유엔 안보리 휴전 촉구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해 결의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파국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리 결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워싱턴에 라파 문제 논의를 위해 방문할 예정이었던 이스라엘 측 대표단 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미국 기대지 말자"…이스라엘 내 안보전략 개편론 대두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던 이스라엘 국민들의 여론에도 보수층을 중심으로 변화가 감지됐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응답자 64%가 이스라엘이 미국과 협력 대신 자국 지도부의 판단에 의해서만 행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응답자들은 각각 82.5%와 64.5%가 미국과 협력을 지지한다고 답하며 여전히 미국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극우인사들은 연일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의 여론이나 미국과의 동맹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내각이 국내 정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1월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인 15%만이 전쟁 후에도 네타냐후가 총리로 남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네타냐후가 보여주고 있는 무책임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점수를 얻기 위해 이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 척 프레일리히는 WSJ에 "네타냐후는 지금 이스라엘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건드리려 하고 있다"며 "아무리 병사들이 뛰어나도 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끝나는 것"이라며 미국의 무기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보아즈 비스무트 의원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가족 간의 불화"라며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비스무트 의원은 "우리는 관계에서 불편한 순간을 지나가고 있다"며 결국 양국이 앞서 그랬듯 이번 갈등도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