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예외…외국인 영상 검열은 이례적"
스키니진 등 입은 주민에는 의복훼손·벌금 규제
북한, 외국인 청바지 '블러 처리'…"미국제국주의 상징 간주"
북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출연자가 입은 청바지를 검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25일 방영한 영국 BBC방송의 TV 프로그램 '정원의 비밀'을 보면 출연자인 앨런 티치마쉬가 정원의 흙바닥 위에 무릎을 꿇은 채 식물을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때 그의 허리 아래 바지 부분이 이미지 변조 기술인 블러(blur) 처리를 통해 흐릿하게 뭉개져 보인다.

다만 바지의 파란색은 그대로 드러나 그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점은 식별이 가능하다.

북한은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방영된 '정원의 비밀'을 지난 2022년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여러 차례 방영해왔다.

하지만 방영 초기 티치마쉬의 청바지가 흐릿하게 편집된 점이 언론에 포착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티치마쉬의 청바지에 대한 검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시작한 '악성적 서구 문화' 퇴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은 청바지를 미국 제국주의 상징이라고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착용도 엄격히 금지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금지 조치는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국 관광객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가인 피터 워드는 NK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수년간 관광객에게 거의 모든 서양식 의상을 입는 것을 허용해왔다며 북한이 "TV에 나오는 외국인이 입은 청바지를 검열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외국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르주아 문화'와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자본주의 국가들이 북한을 약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라고 지목해왔다.

실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22년 북한 정권이 '자본주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단속하고 있다며 외국어가 적힌 스키니진과 티셔츠, 염색한 머리나 긴 머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익명의 북한 소식통은 이 방송에 "주로 20~30대 여성을 (단속) 대상으로 한다"며 만약 순찰대에 잡히면 단속 대상은 그들이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길가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통일부가 지난달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도 스키니진 등을 입을 경우 바지를 찢기거나 잘리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탈북민의 전언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