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스페셜리스트' 카운터테너…"목소리의 다양한 색 찾으려 노력"
자루스키 "바흐는 성악가를 악단과 대화하는 악기로 여기죠"
"바흐의 음악적 완벽함 앞에서 항상 저의 불완전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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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악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프랑스 카운터테너 필리프 자루스키(46)가 바로크 음악의 유산이자 교회음악의 정수로 평가받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내달 3일 롯데콘서트홀, 5일 통영국제음악당, 7일 LG아트센터서울에서 예정된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공연 때 무대에 오른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연주 시간이 3시간을 넘어가는 대곡이다.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과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장엄한 합창과 서정적인 아리아로 그려낸다.

자루스키는 2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마태 수난곡'은 20년 전에 몇 번 공연했었다"며 "독일어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더 성숙해진 목소리로 다시 노래할 수 있기를 오랫동안 꿈꿔왔다"고 한국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영성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며 "3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며 잠시 이 혼란스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루스키는 '마태 수난곡'의 여러 아리아 가운데 경건하면서도 숭고한 감동의 울림을 주는 아리아로 유명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를 부른다.

이 아리아의 연습을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가 "바이올린 솔로 연주와 성악가의 대화"라며 "성악 파트의 강렬한 감정 표현을 기악적으로 접근해야 해서 어렵다"고 털어놨다.

자루스키는 바흐의 성악곡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바흐는 성악가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악기들의 파트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이탈리아 오페라와 비교한다면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하지만, 더 단순하고 냉정한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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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스키 "바흐는 성악가를 악단과 대화하는 악기로 여기죠"
자루스키는 '천사의 목소리, 악마의 기교'를 가졌다고 칭송받는 성악가지만, 사실 10살 때 바이올린을 켜면서 음악 인생을 출발했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했지만,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했다"며 "하지만 노래하면서 더 많은 자유와 기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카운터테너인 자루스키의 음역은 여성의 음높이에 가깝다.

카운터테너라고 하면 가성으로 여성의 음역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가성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카운터테너마다 다양한 색채와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루스키는 "카운터테너는 음역보다는 노래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며 "나는 두성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카운터테너다.

목소리 자체는 메조소프라노보다 가볍고 때로는 더 연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목소리 색깔이 매우 선명하고, 여전히 맑고 미묘해 사람들이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지금은 온몸으로 노래하면서 더 다양한 색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카운터테너가 독특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매우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전문 카운터테너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의 김강민, 정민호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자루스키 "바흐는 성악가를 악단과 대화하는 악기로 여기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