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7일 충주 김경욱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과의 현장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7일 충주 김경욱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과의 현장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총선 공약으로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내걸면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반발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삶의 질 수직 상승을 위한 민주당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총선 정책공약집에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담았다. 민주당은 "피해자 보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처벌하기 위한 개념이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어,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범죄 성립 요건을 완화하자는 취지로 과거부터 여성계를 중심으로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거셌던 탓에 번번이 도입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10대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및 243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7월 25일 국회 앞에서 형법 297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및 243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지난해 7월 25일 국회 앞에서 형법 297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단체들은 현행법이 강간이 폭행과 협박 없이 더 많이 일어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및 243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7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때리지 않으면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반면 성관계 '동의 여부'를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정하면 '내심'(內心), 즉 속마음의 문제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의 핵심 논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로 범죄 여부를 결정하면 입증 책임이 검사에서 혐의자로 전환된다. 그렇게 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반대 의지를 명확히 했다.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성관계 후 나중에 한쪽이 '사실은 나 그때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한 거야'라고 주장하고, 보통의 성관계가 그렇듯 상호 동의를 입증할 특별한 증거가 남아있지 않으면 그 성관계는 결국 강간으로 규정될 심각한 위험성이 있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비동의 간음죄에서 도대체 어떤 경우가 비동의이고 어떤 증거가 있어야 동의가 입증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들어 보시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