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계의 생산단지가 몰려 있어 ‘자동차의 메카’로 불리는 디트로이트시의 신용등급이 10여 년 만에 투자 적격 등급으로 회복됐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사상 최대 규모로 파산한 이후 지역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에 힘입어 경제가 다시 활성화한 결과다.

'車 메카' 디트로이트 부활…10년 만에 '신용 불량' 탈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디트로이트시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종전 ‘Ba1’에서 두 단계 격상한 ‘Baa2’로 책정했다. 무디스는 “디트로이트시의 세수는 지난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지속적인 개발 등으로 경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고 평가했다.

디트로이트는 20세기 세계 완성차업계를 지배하던 곳이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자동차 수요는 미국 차에서 일본 차와 독일 차로 옮겨갔다.

2009년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디트로이트는 급격히 쇠락했다. 1950년대 185만 명이었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70만 명 아래로 감소했다. 180억달러 규모 빚더미에 깔린 디트로이트시는 2013년 7월 동부지구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9)를 신청했다. 지자체 중 최대규모 파산이었다.

이후 미시간주가 지정한 비상 재정관리인의 감독을 받던 디트로이트시는 2014년 70억달러 규모의 부채 탕감 등 회생계획안을 내고 파산보호를 종료했다. 이후 재정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하며 2018년 재정관리권을 회복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전방위적 지원도 한몫했다. 미 정부는 2010년 이후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늘리면서 해외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을 독려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첨단 공장을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네덜란드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는 2021년 디트로이트에 지프 제조 공장을 건설했고, GM은 22억달러를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디트로이트에 지었다.

2013년 4만8708달러였던 디트로이트시 지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2년 5만4180달러로 올랐다. 지난해 4월 디트로이트 실업률은 4.2%로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