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영국 더타임스가 표지 모델로 선정한 탈북 작가 장진성. / 사진=더타임스 캡처
2014년 5월 영국 더타임스가 표지 모델로 선정한 탈북 작가 장진성. / 사진=더타임스 캡처
2004년 탈북한 장진성(본명 장철현) 작가는 자신의 성폭행 혐의가 무혐의로 결론 나자, 본인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했던 MBC '스트레이트' 폐방과 MBC의 사과를 요구했다.

장 작가는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스트레이트에 대한 신속 심의를 요구하면서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2021년 스트레이트는 '유명 탈북작가 장진성, 그에게 당했다'라는 제목과 '나는 그의 성 노예였다'라는 자극적인 부제를 걸고 무려 48분짜리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했다"고 했다.

장 작가는 "저는 진실에 대한 자신감으로 방송이 나간 다음 날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며 "제보자들의 일방적 주장들은 경찰 수사를 통해 진작에 거짓으로 밝혀졌고, 3년의 법정 투쟁을 통해 저의 무죄가 확정됐다"고 했다.

그는 "법원은 1심, 2심 모두 2회 방송 전량 폐기 및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방송 내용 일부 폐기 판결은 종종 있었지만, 80분이 넘는 방송 분량 전체 폐기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것은 한국 방송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다"면서 "MBC는 역사에 길이 남길 수치스러운 오명을 남기고도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3월 14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고 했다.
2021년 1월 24일 탈북 작가 장진성 씨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보도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2021년 1월 24일 탈북 작가 장진성 씨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보도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장 작가는 "저는 법으로는 승소했지만, 인생에서 패소했다. 12살 난 제 아들은 방송 이후부터 웃음을 잃었다. 저 또한 더 이상 세계가 알던 반북 작가가 아닌,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혀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남북한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한 탈북민으로서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 시스템을 만든 수령 악마가 있다면 자유세계인 남한에는 여론 수용소를 만들고 조작과 거짓의 전파독재 범죄를 저지르는 MBC라는 악마가 있다"고 했다.

현재 MBC 홈페이지에서 스트레이트의 해당 방송 영상은 찾을 수 없다. 장 작가는 "대법원에서 결정된 방송 폐기 편집물들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방송 없이 은근슬쩍 감추는 것이 바로 도저히 공정 언론이라고 볼 수 없는 현 MBC의 양심이자 도덕성"이라면서 ▲MBC 사과 방송 ▲담당 기자 등 방송 관련인 징계 ▲스트레이트 폐방을 요구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4일 수사기관이 장 작가의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점을 바탕으로 MBC와 담당 기자 등이 장 작가에게 5000만원을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취재자료의 객관성 부족한 점, 1·2심 판결 후에도 사과 방송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장 작가는 평양음악대학과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북한 노동당통일전선사업부에서 대남 심리전 작가로 근무했으며 탈북 후에는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를 거쳐 언론인과 작가로 활동했다. 2014년 5월 영국 더타임스가 표지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