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직책 언급하며 욕설했어도 무죄…작년 유사사건은 유죄
간부 없는 곳서 험담했는데…상관모욕죄 판단은 들쑥날쑥
군 복무 당시 동기에게 상관인 부사관을 험담하며 욕설한 20대 남성이 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유사한 사건에서는 유죄가 선고돼 상관모욕죄를 두고 법원 판단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신흥호 판사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강원도 한 군부대에서 복무하던 2022년 8월 생활관에서 동기에게 "B(41) 상사 맨날 쉬네. 그 XX는 월급 받으면 안 돼"라며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또 같은 해 9월에도 또 다른 동기에게 B 상사가 "평소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출근도 안 한다"면서 "X 같다"고 욕설했다.

법원은 A씨의 당시 발언이 모욕에 해당한다면서도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 판사는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상관인 피해자의 불성실한 근무 행태가 불만이라며 경멸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에 모욕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된 판단이나 의견이라고 해도 통념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정당행위로 판단해 위법성이 사라진다"며 "피고인 혼자서 장시간 근무한 적이 많아 불만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판사는 "생활관은 동기생 등 구성원끼리 어느 정도의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며 "피고인 발언으로 인해 군 조직의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해졌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C씨는 지난해 9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C씨도 군 복무를 하던 2021년 11월 생활관에서 상관인 여성 대위의 직책을 언급하며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여성 대위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부대원들에게 "중대장 XXX. 짜증 나네"라며 욕설했다.

당시 1심 법원은 C씨에 대해 "피고인은 다양한 계급의 병사들이 지내는 생활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다가 해당 발언을 했다"며 "동질감을 느끼는 병사들끼리 단순히 고충을 토로하는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모욕적인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사건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한 장소와 수위 등이 비슷했는데도 심리를 맡은 판사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두 사건은 군 복무 시절 상관이 없는 자리에서 그의 직책을 언급하며 험담하고, 모욕적인 욕설을 한 부분이 상당히 유사하다"며 "그런데도 생활관의 성격이나 군 조직에 미친 영향에 관한 판단은 완전히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사한 또 다른 상관모욕 사건에서는 선고유예로 선처한 판결도 있었다"며 "판사에 따라 유무죄가 들쑥날쑥하면 재판받는 사건 당사자들은 혼란스럽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