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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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중국 경제에 대해 "재창조(reinvent)가 필요하다"고 직언했다. 부동산 위기로 인해 내수 경제가 침체하면서 경기침체 조짐이 커진 데 따른 제언이다. 중국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소비자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해 "중국 경제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며 "과거 효과를 봤던 정책에 의존할 건지, 아니면 새로운 고품질 성장 시대를 위해 스스로 재창조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과거에 머무르며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 경제를 유지하거나, 시장 개방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으라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중국 경제를 비판한 배경엔 경기 침체가 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위기와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장기 저성장 위험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지난해와 같은 5%를 제시했다. 하지만 IMF는 4.6%를 제시했고,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두 4.7%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년 전보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의견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18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발표한 ‘2023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 투자액은 300억 달러(약 44조 원)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1993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개정한 반간첩법(방첩법) 탓에 외국 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국이 내수 경기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품질 성장을 위해선 국내 소비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며 "개인과 각 가구의 소비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 총재는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국이 '포괄적인 친(親) 시장 개혁 패키지'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펼칠 경우 중국이 향후 15년간 20%가량의 경제 성장을 이뤄낼 것이란 관측이다. 3조 5000억달러(약 4711조원)에 달하는 수치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부동산 위기로 인한 미완성 주택 재고를 줄이고, 시장에 친화적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며 "또 연금 시스템을 강화해서 민간 경제의 소비력을 늘리고 공정 경쟁을 위한 개혁에 성공하면 자본 배분도 개선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 당국도 시장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는 모습이다. 앞서 리창 중국 총리는 CDF를 통해 중국 당국이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베이징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에게 투자를 호소했다. 이번 CDF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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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CDF 기조연설에서 정책 지원을 강화하며 시스템 리스크가 해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중앙 정부의 부채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거시 경제 정책을 확대할 여지가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과 지방 정부 부채의 위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어려움과 문제는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분야의 리스크를 제한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