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넥슨 등 주요 게임업체들이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자사의 히트작을 경쟁사가 무단으로 베꼈느냐, 아이디어만 차용했느냐가 쟁점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게임사들이 모방과 표절 시비로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대형 로펌도 전담 게임산업팀을 앞세우며 한판 대결에 뛰어들었다.
'IP 사수' 승부 건 게임사…로펌도 전략 대결

표절 여부 둘러싼 갈등 격화

24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엔씨소프트와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맡을 법률대리인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요 로펌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말 “리니지W를 무단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엔씨소프트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해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27일 출시한 게임 ‘롬(ROM)’의 전개 방식과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이 리니지W를 모방했다고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게임 ‘R2M’과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아키에이지워’를 상대로도 리니지 시리즈 표절 여부를 두고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앤장이 엔씨소프트 측의 모든 소송을 대리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광장은 웹젠, 태평양은 카카오게임즈의 소송 전략을 짜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 1월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넥슨의 법률대리인도 맡았다. 넥슨은 “신규 게임 프로젝트(P3) 개발 담당자 중 일부가 핵심 정보를 가지고 아이언메이스로 이직해 ‘다크앤다커’를 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넷마블은 ‘세븐나이츠’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두고 마상소프트와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게임 전담 조직 육성 경쟁도 치열

줄 잇는 소송전의 배경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 게임업체가 급부상한 가운데 고전하는 국내 게임업체들은 흥행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이에 과감한 투자로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기보다 성공작의 공식을 참고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으며, 흥행작을 보유한 기업들은 IP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2019년 대법원이 게임 규칙과 시나리오를 저작권으로 인정한 판결이 나오면서 소송전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팜히어로사가’를 만든 몰타의 게임 개발사 킹닷컴이 홍콩 게임 ‘포레스트매니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팜히어로사가의 규칙과 시나리오는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고 있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전까지 국내 법원에서 게임 규칙과 시나리오는 아이디어에 해당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 판결 후 성과물 도용과 저작권 침해를 함께 다루는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개발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영업비밀 침해 분쟁도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로펌들은 게임 분야 전문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태평양은 태스크포스(TF)로 운영하던 게임 전담 조직을 최근 ‘게임&비즈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화우는 지난달 신사업그룹 산하에 게임센터를 꾸렸다. 세종도 게임센터 신설을 검토 중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