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메이시스 매장에서 소비자가 나이키 신발을 둘러보고 있다. /AFP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메이시스 매장에서 소비자가 나이키 신발을 둘러보고 있다. /AFP
스포츠 의류업계 대표주자인 나이키와 룰루레몬이 21일(현지시간)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각각 올해 하반기, 1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다.

장외서 오른 나이키, 가이던스 충격에 7% 하락

나이키는 21일(현지시간) 2024회계연도 3분기(2023년 11월~2024년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124억3000만달러(약 16조5700억원)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122억8000만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은 3% 증가한 50억7000만달러, 중국 매출은 5% 증가한 20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유럽·중동·아프리카 매출도 3% 늘어난 1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존 도나호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혁신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면서 다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나온 하반기 매출 전망이 찬물을 끼얹었다. 매트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는 6월 시작되는 하반기(2025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이 한자리수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블룸버그통신 집계)이 전망한 2025회계연도 1분기 4%, 2분기 6% 성장 기대가 꺾인 것이다. 도나호 CEO는 "나이키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년 간 20억달러(약 2조66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전세계 인력의 2%에 달하는 1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푸남 고얄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에 대한 약세 전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나이키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잠시 올랐으나 컨퍼런스콜 이후 최종 거래가보다 6.83%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이날 기준 나이키 주가는 1년 전보다 15.63% 하락했다.

"60% 급등했던 룰루레몬, 기대 못 미쳐"

2021년 1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룰루레몬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2021년 1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룰루레몬 매장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스포츠의류 소매업체 룰루레몬 역시 호실적을 거뒀지만 가이던스 약화로 인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룰루레몬은 이날 작년 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한 32억1000만달러(약4조3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31억9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주당 순이익(EPS)은 5.29달러로 전년 동기 94센트에 비해 462% 증가했다.

다만 이날 룰루레몬이 제시한 1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21억8000만달러~22억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22억6000만달러를 하회했다.
나이키 및 룰루레몬 지난 1년 가격 추이. /팁랭크스
나이키 및 룰루레몬 지난 1년 가격 추이. /팁랭크스
경제전문 매체 배런스는 "가이던스 미달 자체는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2023년까지 주가가 약 60% 급등했던 회사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룰루레몬 주가는 이날까지 1년 간 57.3% 상승하며 S&P500 지수 상승률인 33.1%를 웃돌았다.

다만 메건 프랭크 룰루레몬 CFO는 "앞으로 우리는 민첩성과 규율에 따라 운영하면서 장단기적으로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이날 룰루레몬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0% 가량 떨어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