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2+2 준비'도 한다지만…중요행사 앞두고 공관장이 현지 비운 셈
이종섭, 내주 공관장회의부터 '공무귀국'…나흘전 입국은 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주재국 호주에 부임한 지 11일 만에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공관장의 통상적 업무 관행과 달라 의문이 인다.

21일 귀국한 이 대사와 외교부 등은 그가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무 귀국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는 대략 25∼29일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회의 기간 이 대사는 '공무 귀국'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공무 귀국 기간에는 숙소가 지원되기 때문에 이 대사는 회의 기간에 외교부가 제공하는 숙소에 머물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의 공무 목적 귀국 기간이 어떻게 정해져 있나'라는 질문에 "다음 주 내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체류 기간 전후로 각각 하루가량도 공무 귀국 기간으로 보통 인정해 준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그러나 이 대사는 회의 시작일보다 나흘이나 앞서 들어온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무 목적으로 귀국하는 공관장이 건강검진 등 개인적 사정이나 유관 부처와 협의 일정이 있으면 입국 일자를 며칠 앞당길 수 있다지만, 이 대사의 경우 그 사정이 무엇인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 대사가 25일 이전에 한국에 체류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개별 공관장의 세세한 일정까지 외교부가 공개한 적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외교부는 25일 이전에 이 대사가 국내에서 다른 공무를 수행한다면 공무 귀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는데, 공무 수행 여부를 '사후적'으로 판단해서 공무 귀국 기간을 산정하는 것은 편의주의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보다 며칠 앞서 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이 대사 일정을 모르기 때문에 공무로 계산되는지 안 됐는지 여부를 제가 판단할 수 없다"며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무 귀국 기간이 끝난 후에도 한국에 더 체류하려면 이 대사는 외교부 지침에 따라 장관으로부터 '공무 외 일시 귀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대사가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이외에 또 다른 귀국 사유로 든 한국과 호주의 '외교·국방 장관 2+2 회의' 준비 업무도 통상적 관행과 배치된다는 평가다.

한국과 호주는 차기 외교·국방 장관 2+2 회의를 조만간 호주에서 열기 위해 막바지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양국은 한국에서 지난해 10월 회의를 여는 일정을 최종적으로 잡아뒀다가 중동사태 여파에 따른 호주 측 사정으로 막판 취소했다.

원래 이번엔 호주에서 개최될 순번이었기 때문에 호주에서 여는 방향으로 다시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의제별로 유관부처 입장 조율, 신규사업 발굴, 이종섭 대사의 전문 분야인 국방과 방산 신규사업 발굴 등 (이 대사가 귀국해 협의할) 구체적 사안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큰 외교행사가 있을 경우 외교부 본부 등 국내에서는 의제 등을 준비하고, 재외공관에서는 주재국 당국과 협의를 맡는 것이 통상적인 역할 분담이다.

호주에 있는 우리 외교 사령탑이 중요 행사를 앞두고 장기간 자리를 비운 셈이어서 오히려 현지 당국과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