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중대·건양대 등 의대교수 사직 결의 잇따라…의협 "정권 퇴진운동"
전국의대교수비대위 "대화장 마련되면 사직 철회할수도"…대화창구 마련 '기대'
시민사회 "지역의사제 도입·공공의대 신설해야"…정부는 '부정적'
의료계서 고개드는 대화론…정부는 면허정지 압박하며 처우개선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을 발표한 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결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계 내에서는 정부와 대화하자는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며 '압박'하는 한편, 처우 개선을 서두르겠다며 '달래기'에도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는 '2천명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공공의대 설립이나 지역의사제 도입 등 실질적인 지역의료 강화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서 고개드는 대화론…정부는 면허정지 압박하며 처우개선
◇ 불붙는 의대교수 집단사직…"대화 촉구" 유화 제스처도 잇따라
21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일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을 발표한 뒤에도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집단사직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들이 의대 증원분 배정 결과에 대해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비판하며 25일 단체로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고려대의료원의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교수들 역시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건양대 교수 비대위도 이날 오후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 방식과 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제주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사직서 제출에 대한 설문조사를 마무리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집단 사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전국 16개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대화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전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브리핑에서 "(의료계) 단체가 서로 협의하면서 정부와 마음을 터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의정(醫政) 간 대화로 한 달 넘게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여전히 정부와 대화를 피하고 있는 데다, 의료계 다른 단체와의 연대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경우 조만간 차기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휴진 등의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회장 후보이기도 한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경찰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오늘부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배분 발표 직후인 20일 저녁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의협, 전의교협이 온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이며 대책을 논의했지만, 향후 의료계의 대응이 한층 더 센 강경 노선으로 흐를지 이들 4개 단체가 의료계의 대정부 대화 창구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서 고개드는 대화론…정부는 면허정지 압박하며 처우개선
◇ 정부 "내주 면허정지" 전공의 압박…'장시간 근무' 줄이기 당근책도
정부는 이날도 전공의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한층 높이며 복귀를 촉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수련병원은 이달 말까지 '수련상황 관리 시스템'에 전공의 임용등록을 마쳐야 한다"며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의사가 이달 말까지 임용 등록에 포함되지 못하면 수련을 시작할 수 없게 돼 내년에 레지던트가 될 수 없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가 조기에 복귀할 경우 유리하게 처분이 적용될 수 있다"며 "이제 정부를 믿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의사단체들에) 대표단을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잘 안 되고 있다.

지금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 교수협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며 대화 여지를 열어놨다.

정부가 '내주 면허정지'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당초 밝혔던 '기계적인 처벌'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면허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낸 전공의 중 의견제출 기한이 가장 빠른 경우는 오는 25일이다.

의견제출 기한이 지나면 정부가 행정처분 본통지를 할 수 있는데, 본통지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정부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정부는 행정·사법 처벌로 전공의를 압박하는 한편 전공의들의 복귀 명분이 될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수련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이날은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80시간인 일주일 최대 근무시간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반기에는 수련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의 참여를 늘릴 계획이다.

의료계서 고개드는 대화론…정부는 면허정지 압박하며 처우개선
◇ 시민단체 "'어떻게'가 중요"…공공의대·지역의사제 쟁점 부각할 듯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을 발표하며 '2천명 증원'에 쐐기를 박자 그동안 의대 증원에 대해 정부와 한목소리를 내던 시민사회는 어떻게 정원을 늘릴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환자단체들은 정부에 사태 장기화로 인한 중증환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고 늘어난 의사들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이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숙원이었던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공공의대 신설이나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의대 증원 추진과 의사들의 진료 거부 등으로 의료개혁 과제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 같은 패키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은 의대생들이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의사제는 대학 입시 단계에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뽑아 법으로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이고, 공공의대는 이런 의무를 가진 의대를 만드는 식이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사제 신설에 대해서는 정부는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역 의무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 제도는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의사들의 반발을 키운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신 의대생이나 의사가 정부와 지자체, 의대와 계약을 맺고 지역 근무 시 인센티브를 받는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은 증원 추진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지만, 증원이 사실상 정해진 만큼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이슈를 공론화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이날 논평에서 "늘어난 의사 인력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에서 종사하게 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공공의대 설립을 막고 공공병원을 외면하는 정부 정책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 부족이 해소될 것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며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 등 지역·필수의료에 의사를 안정적으로 배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서 고개드는 대화론…정부는 면허정지 압박하며 처우개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