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터무니없어…내년부터 모든 분야서 관련 기업 쏟아질 것"
“내년부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활용 기업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AI로 비용을 절감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과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스티븐 주 보야자산운용 이사(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AI 시대에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AI 산업 투자 펀드인 ‘알리안츠 글로벌 AI 펀드’를 운용하는 팀장그룹(3명) 중 한 명이다. 이 펀드의 운용자산(AUM)은 80억4000만달러(약 10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 펀드에 재간접 투자를 하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글로벌 AI산업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지난 21일 기준)이 36.73%다.

주 이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모든 분야에 적용돼 삶의 모습을 바꾼 것처럼, AI 역시 모든 비즈니스를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이런 점에 주목해 2016년부터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AI 펀드는 2017년 설정됐다. 그는 “한국에서는 AI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이 가장 큰 관심을 끌지만 이외에도 모빌리티,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폭넓은 투자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관련 기업의 신규 상장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했다.

최근 투자업계에서는 “닷컴버블 때 인터넷 관련주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현재 AI 기업의 주가에도 거품이 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글로벌 유력 경제지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이 지속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주 이사는 이에 대해 “AI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거품이 아니다”라며 “닷컴버블 당시에는 상상만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지금은 매출이 나오고 있고,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투자도 집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 이사는 “AI 관련 매출이 엔비디아 등 극소수 하드웨어 기업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점차 맞춤형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생기면서 이를 만들 수 있는 더 다양한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의 10% 중반이 생성형 AI 구독료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이라는 점에서 하드웨어 기업보다 수익성이 높다”며 “생성형 AI 종류도 챗GPT, 제미나이 등 범용을 넘어 특화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주 이사는 “AI 산업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모두가 자신에게 맞게 잘 훈련된 개인 비서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생성형 AI가 사회의 생산성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려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AI의 도입과 활용이 가속화되는 흐름을 봤을 때 올해 미국 S&P500지수 내 IT(정보기술) 분야 매출 성장률은 17%에 달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금리 등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기업 이익의 측면에서는 올해도 미국 증시가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주 이사는 미국 노스이스턴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미국 레이니어자산운용,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 생활용품 기업 질레트,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 등을 거쳐 보야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