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수도 교외 지역도 공격…"과도위원회 구성 협상 진전"
유엔, '무법천지' 아이티에 구호품·구호인력 수송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일(현지시간) 갱단의 폭동으로 치안이 무너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수송기로 의약품 등 의료 물자와 구호 인력을 보냈다고 밝혔다.

AFP, 신화 통신 등에 따르면 OCHA는 이날 수송기를 이용해 의약품과 혈액주머니를 비롯한 의료 물자와 인도주의 기관들의 구호 인력을 아이티로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기구(WFP)는 전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피란한 주민들에게 8천400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다.

미주 최빈국으로 수십년간 빈곤과 자연재해,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려온 아이티에서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더욱 극심한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 심각한 연료 부족, 치솟는 물가, 콜레라 창궐 속에 행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갱단의 습격과 이들에 맞선 경찰·시민군의 교전, 각종 보복성 폭력 등으로 지난해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이달 3일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 3천여명을 탈옥시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탈옥 사태 직후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갱단의 요구대로 아리엘 앙리 총리가 사임하고 정치권에서 과도위원회 구성을 놓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다만 유엔 주재 가이아나 대사인 캐럴린 호드리게스-버킷은 이번 협상에 대해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전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유엔, '무법천지' 아이티에 구호품·구호인력 수송
이러한 가운데 갱단은 수도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고, 주민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자체 방어에 나서고 있다.

갱단은 포르토프랭스 교외에 있는 부유층 지역인 페티옹빌까지 공격 범위를 넓혀 19일과 20일 거리에서 총격과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현지 매체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최소 15명이 살해됐으며 이 지역 주민들은 자택에 방어벽을 치고 있다.

이 지역은 고급 호텔과 10여개의 대사관이 있는 곳으로, 폭동을 주도한 갱단 연합체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최근 변화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숨겨주고 있는 호텔 소유주들을 뒤쫓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티 이웃 국가들은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각국 대사관은 자국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도미니카공화국은 유럽연합(EU)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인력을 포함해 300명가량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미국도 헬리콥터를 이용해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OCHA는 성명을 내고 각국에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들을 포함해 아이티 난민을 본국으로 강제로 돌려보내지 말고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티에서 대규모 탈출은 없었으나 미국은 해상을 통해 오면 즉각 송환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주민을 태운 최소 1척의 배를 거부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