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청(傾聽)의 가치
듣는다는 의미인 ‘청(聽)’의 생긴 모양을 보면 그 안에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자를 뜯어보면 좌변에는 귀와 임금, 우변에는 열 개의 눈과 마음이 있다. 왕처럼 귀를 열고, 열 개의 눈으로 상대의 마음까지 들으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듣는다는 뜻의 한자 단어로 청취(聽取)와 경청(傾聽)이 있다. 의미는 좀 다르다. 청취는 그냥 들어서 내 것으로 취한다는 데 방점이 있지만 경청은 귀를 기울여(傾) 듣는다는 걸 강조한다. ‘청(聽)’의 연원에서 보이듯 들을 때는 귀뿐 아니라 오감이 필요하다. 상대의 생각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 마음과 기분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경청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회의를 할 때 답답하고 급한 마음에 입을 내밀기는 쉬워도 귀를 잘 내밀기는 어렵다.
리더의 경청하는 태도는 마음의 열쇠가 된다고 한다. 평소 주저하던 쓴소리와 건의도 눈치 안 보고 나오게 된다. 상대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 자신감, 창의성, 성취의 동기를 심어 준다. 그 이득은 어디로 갈까. 온전히 기업에 돌아온다.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상대가 진심으로 내 말을 듣고 있는지, 듣는 척만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눈을 보면 안다. ‘청(聽)’자에 열 개의 눈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존경받을 수 있는 방법이 경청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했다.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는 기술과 운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조직 구성원과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게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안팎으로 귀를 쫑긋 세우려고 노력한다. 인공지능(AI) 로봇의 마음은 얻을 수 없지만 수시로 변하는 사람 마음은 얻을 수 있다.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마윈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는 이런 말을 했다. “기술이 뛰어난 경쟁자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는 기업은 두렵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