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아이피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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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오메가엑스의 강제추행 사건과 관련한 진실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오메가엑스로부터 강제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강모 전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대표 측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멤버 휘찬이 전 대표에게 스킨십을 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오메가엑스 측은 가스라이팅에 의해 심리적 지배를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20일 오메가엑스의 현 소속사 아이피큐는 입장문을 내고 "강 전 대표와 황성수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계약 기간 동안 멤버들에게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강요했다"며 "수년간 지속된 가스라이팅과 강압적인 태도들로 인해 멤버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적으로 이어진 강 전 대표의 과도한 애정 표현 요구와 스킨십을 기피하거나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앨범 활동에서 제외되거나 스타일링 및 활동을 제한당하는 등 돌아올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스파이어엔터가 공개한 22년 7월 11일의 CCTV 상황과 관련해 "새벽 2시가 넘긴 시각 황 대표는 숙소로 귀가해 쉬거나 취침 중이었던 멤버들과 술을 마시겠다며 강압적인 술자리를 지속하고자 했다. 귀가하려던 멤버 휘찬을 강 전 대표가 먼저 할 이야기가 있다며 붙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파이어엔터는 휘찬의 군입대 고민을 들어주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입영 통지가 되지 않았던 휘찬이 군입대를 앞두고 고민을 토로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멤버들과 전 매니저의 증언에 따르면 휘찬과의 독대를 요구한 것은 강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아이피큐는 그러면서 "강 전 대표는 휘찬에게 평소와 같이 과도한 애정 표현과 스킨십을 요구했고, 일행이 없었기 때문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돌아올 협박성 발언과 폭언, 폭행이 두려웠던 휘찬은 지시에 따라야만 했다. 스파이어 측은 이를 '강제추행'으로 표현했으나 CCTV 영상 내에서 휘찬의 행위가 강제성을 띠지 않았고,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히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이를 통해 평소 강압적으로 애정 표현과 스킨십을 요구한 강 전 대표의 요구 사항이었으며 본인이 직접 요구했기에 거절하거나 강제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없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이피큐는 휘찬이 이날 스킨십을 여러 차례 강요당한 후 만취한 채 잠들었고, 강 전 대표는 휘찬의 잠든 모습을 찍어 전 매니저에게 전송하기도 했다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강 전 대표가 보낸 메시지엔 휘찬이 붉은 얼굴로 엎드려 잠들어 있는 사진과 함께 "일단 깨워서 가볼게요"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전 매니저가 "얼른 사무실로 갈게요"라고 말하자 강 전 대표는 "아니에요. 데리고 갈게요"라고 답했다.

아이피큐에 따르면 강 전 대표는 휘찬이 잠든 이후에도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며 스킨십을 요구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지속했다고.

회사 측은 "휘찬은 오랫동안 지속된 가스라이팅에 의한 압박감과 두려움,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대의 회사 대표에게 과도한 이성적 스킨십을 행해야 한다는 자괴감에 회사 건물 1층으로 도망쳤다"며 "그 과정에서 계단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고 계단 아래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휘찬에게 강 전 대표가 다가와 머리를 밟고 앞에서 춤을 추는 기행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휘찬은 해당 상황에서 밀려오는 공포에 혼신의 힘을 다해 건물 1층 화장실로 숨었으나 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쫓아오며 소리를 지르고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은 새벽 5시가 넘도록 이어졌고, 전 매니저와 멤버 케빈이 5시 45분경 회사 건물 1층 로비 앞 본인의 사진을 찍고 있던 강 전 대표와 화장실 문을 잠그고 숨어있던 휘찬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아이피큐 측은 "강 전 대표와 황 대표의 폭언, 폭행, 강압적인 태도, 애정 표현 요구 등은 오랫동안 지속된 갑질"이라며 "꿈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던 열한 명의 청년들이 오랜 기간 이어진 폭언, 폭행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시도를 단순히 소속사를 벗어나기 위한 '빌미'로 취급하는 것은 잔인한 추가 가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단편적인 영상을 공개해 전체적인 맥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휘찬을 강제추행범으로 부당하게 비난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며 "스파이어엔터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으며 사건 당일 및 익일 CCTV 자료를 편집 없이 모두 공개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2022년 11월 전 소속사인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의 강 전 대표로부터 폭행과 성추행, 술자리 강요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월 승소했다. 이후 오메가엑스는 새로운 소속사로 둥지를 옮겼는데, 이 과정에서 전 소속사 강 대표는 탬퍼링(전속계약 종료 전 사전 접촉)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날 스파이어엔터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휘찬이 강 대표의 윗옷을 올리고 신체를 만지는 모습이 담겨있다.

황 대표는 "바로 이 영상이 오메가엑스 멤버가 강 대표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면서 제출한 영상"이라며 "멤버에게 성추행당한 이후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는 강 전 대표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