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 자유센터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
서울 장충동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자유센터는 1963년 반공 이념을 내세우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로, 20세기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거장 김수근(1931~1986)의 작품이다. 당시엔 보기 드문 노출 콘크리트 기법이 쓰였는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거대한 처마와 길게 뻗은 캔틸레버(cantilever·외팔보)가 인상적이다. “자유롭고 힘차게 나가는 배를 형상화했다”는 설계 의도대로 맞은편 국립극장과 함께 남산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반세기 넘게 반공 이념의 방파제 역할을 해 왔던 자유센터가 앞으로 예술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하고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공연예술산업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9일 오후 자유센터를 소유한 한국자유총연맹과 공연예술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 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하는 20년 장기 임차계약을 맺기로 하면서다.
한국자유총연맹 본부와 예식장, 식당 등으로 쓰이고 있는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
한국자유총연맹 본부와 예식장, 식당 등으로 쓰이고 있는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
문체부가 이날 업무협약과 함께 발표한 ‘남산공연예술벨트 조성 방안’에 따르면 자유센터는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가칭)로 거듭나게 된다. 문체부는 2026년까지 자유센터를 단계적으로 임차해 공연예술 종합 창작기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유센터에는 한국자유총연맹 본부를 비롯해 예식장, 한식당 등이 입주해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자유총연맹 본부로 쓰이는 공간 외에 민간에 임대 중인 자유센터 건물 내 2618평과 대지 1720평을 모두 임차해 연습실과 공연장, 무대장치 분류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공연단체에 이 공간을 제공해 작품 기획부터 창·제작, 유통, 소비까지 이어지는 공연예술 거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국립극장
자유센터와 함께 남산공연예술벨트의 핵심 거점이 되는 국립극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2010년 독립 법인화하며 나갔던 국립극단이 다시 돌아와 남산공연예술벨트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화한다. 지난 7일 열린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연극계 현장 간담회에서 “국립극장은 문화적 국격의 상징으로 국립극단의 국립극장 귀향을 환영한다”고 밝힌 연극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다. 이에 따라 국립극단은 앞으로 남산 일대 공연창작 구심점 역할을 하며 민간이 쉽사리 제작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작품들을 국립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문체부는 장기적으로 남산공연예술벨트와 인근 명동, 정동, 서계동 공연시설을 연결해 공연예술산업 성장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공연장과 연습실, 복합문화시설 등을 포함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이 2028년 들어선다. 또 국립정동극장과 명동 한 가운데 있는 명동예술극장도 더 많은 내국인 관람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2028년을 목표로 공연장과 편의시설을 늘리는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극장
국립극장
유인촌 장관은 “서계동 복합문화공간과 국립정동극장 재건축에 이어 남산 공연예술벨트 조성계획을 마련해 공연예술산업 성장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며 “K-공연을 전 세계로 확산할 혁신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