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가의 47% '양극재'…시장 판도 바꿀 신기술 경쟁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리튬이 오가며 충·방전한다. 이 중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소재다.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결정하고, 구조적 안정성은 배터리의 안정성·수명 성능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양극재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철 등 구성 원료(금속산화물)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핵심 원료의 함량을 얼마나 조절하느냐, 새로운 원료와 금속으로 기존 원료를 대체하느냐,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느냐 등 기술 혁신이 필요한 분야다.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LG화학 등 양극재 4사는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차세대 양극재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양산 또는 개발 중인 양극재 제품과 기술에 대해 정리했다.

○하이니켈 단결정 기술

1세대 양극재는 리튬과 코발트로만 구성된 LCO(리튬코발트산화물)다. 여기서 가격이 유동적이고 수급이 불안정한 코발트(Co) 비중을 줄이고 니켈(Ni)·망간(Mn)을 추가해 총 세 가지 원료로 구성(리튬 제외)된 양극재를 삼원계라고 부른다. 삼원계 양극재는 중국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되는 삼원계 양극재에는 대표적으로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이 있다. 양극재 기업별로 포스코퓨처엠은 세 가지 제품을 모두 양산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NCM, NCA를 생산하고 있고, LG화학은 NCMA를 주로 만든다. 엘앤에프는 NCMA, NCM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NCMA, 삼성SDI는 NCA, SK온은 NCM 양극재를 각각 공급받아 배터리 셀로 만든다.

삼원계 양극재 중 니켈 함량이 약 80% 이상인 소재를 ‘하이니켈(High-Ni)’이라고 부른다. 양극재 구성 원료 중 니켈이 소재의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니켈 비중을 높이면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글로벌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삼원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계속 높이는 이유다.

포스코퓨처엠은 니켈 함량 86% 이상의 삼원계(NCMA) 양극재를 양산해 얼티엄셀즈(제너럴모터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해당 제품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 노하우를 기반으로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LG화학과 에코프로비엠은 니켈 비중 90% 안팎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니켈 90% 이상을 함유한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한 엘앤에프는 올해 3분기엔 니켈 비중 95%에 달하는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 양극재 4사는 ‘단결정 양극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뿐 아니라 배터리 안정성, 수명 등 성능을 높여준다. 양극재 기업들이 대부분 90% 이상 수준에 도달하며 ‘하이니켈’ 기술 경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어서다.

단결정은 소재의 단위 입자가 하나(single)의 결정 형태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에는 여러 개의 결정 모양이 하나의 입자를 이루는 다결정(polycrystalline) 양극재가 적용된다. 다결정 제품은 압연 공정 및 충·방전 과정에서 입자 내 균열이 발생해 배터리 내 가스를 발생시키거나 수명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단결정 제품은 하나의 결정 모양이 하나의 단위 입자 구조로 결합하기 때문에 입자 내 균열 발생을 방지하고, 안정성과 수명 성능도 우수하다.

포스코퓨처엠은 고온 소성(열처리)·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국내 최초로 ‘니켈 함량 86% 이상 단결정 양극재’ 양산에 성공했다. 니켈 함량을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뿐만 아니라 소재 구조 개선으로 안정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양산 중인 ‘소입경’ 제품보다 입자 크기가 큰 ‘중입경’ 단결정 양극재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제품 라인업 내 ‘단결정’ 비중을 늘리고, 양극을 단결정 제품으로만 구성하면 에너지 밀도·안정성·수명 성능을 모두 높인다. LG화학도 얼티엄셀즈에 단결정 양극재를 공급 중이고,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에 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범용 전기차에 쓰이는 고전압 미드니켈

최근엔 범용성을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Mid-Ni) 양극재에 단결정을 적용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중저가인 범용 전기차, 엔트리 전기차(생애 첫 차) 시장을 잡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업체들이 해당 제품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미드니켈·망간리치·LFP…"가격경쟁력 높은 양극재가 게임체인저"

배터리 원가의 47% '양극재'…시장 판도 바꿀 신기술 경쟁
니켈·코발트·망간으로 이뤄진 삼원계 양극재 중 니켈 함량이 약 50~60%대인 양극재를 미드니켈로 분류한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하이니켈 양극재와 달리 고가의 니켈·코발트 함량을 낮추고 수산화리튬 대비 저렴한 탄산리튬을 활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또 니켈 함량이 낮아 발열량도 적은 편이어서 열폭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니켈 함량을 낮출 시 에너지 밀도가 하락하기 때문에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의 전압을 높이고 단결정 입자 구조를 적용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하이니켈 제품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기존 미드니켈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소재를 양산할 계획이다.

다만 양극재의 전압을 높이면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나 소재 내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입자 구조를 하나로 결합하는 단결정 기술이 이런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니켈 함량 86% 단결정 양극재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니켈뿐만 아니라 고전압 미드니켈 단결정 기술도 빠르게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트리 전기차에 탑재되는 LFP 양극재

LFP 양극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매장량이 풍부한 금속 중 하나인 철·인광석으로 제조한 전구체와 탄산리튬을 결합해 생산한다. 다른 소재 대비 가격이 저렴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이 주목하는 소재다. 정육면체 형태의 올리빈(olivine) 구조로 산소(O)와 인(P) 간 결합력이 강해 안정성도 매우 높다.

그러나 리튬 이온의 이동이 활발한 삼원계보다 에너지저장용량·밀도가 낮다는 약점이 있다. 그간에는 주로 중국 기업들이 엔트리 전기차용으로 생산해왔다. 최근엔 셀투팩(Cell to Pack) 등 배터리 내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 내부 부품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삼원계 대비 가격도 30~40% 저렴해 LFP 양극재를 채택하는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40%를 LFP 배터리가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전기차 대비 공간제약·출력 등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LFP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포스코퓨처엠 등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LFP·LMFP 양극재를 양산할 계획이다. LMFP는 LFP에 망간(M)을 더하고 전압을 약 3.2V에서 4.1V로 높여 에너지 밀도를 약 15~20% 늘린 양극재다. LFP 양극재를 장착한 전기차보다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망간이 핵심 원료인 망간리치 양극재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양극재 4사는 망간리치(Mn-Rich) 양극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망간리치는 구성 원료 중 망간과 리튬의 비중이 높은 양극재를 말한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니켈과 고가의 코발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수급이 안정적인 망간 비중을 높여 LFP 양극재에 준하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망간 비중을 높이면 소재 구조가 안정화돼 고전압(4.4V 이상)으로 에너지 밀도 또한 50% 이상 높일 수 있다. 미드니켈 양극재 등과 함께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망간리치 양극재의 종류는 코발트 함유량이 0%인 코발트 프리(Co-free), 10% 미만인 코발트 레스(Co-less)로 분류된다. 대표 제품으로 LLO 양극재가 있다. 니켈 등이 들어갈 자리에 리튬을 추가로 넣어 에너지저장용량·밀도를 높인 소재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김형규 기자/도움말=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 양극재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