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ESG.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죠. 다음 세대를 위한 녹색 여행을 만들어갑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도시 양양으로 떠나요.

ESG여행의 세 가지 요소는 아래와 같이 표기했습니다

E 환경(Environment)을 생각하는 여행
S 지역사회(Social)를 생각하는 여행
G 정책·제도(Governance)로 만들어가는 여행
양양 서피비치. 사진=임익순
양양 서피비치. 사진=임익순

E·S : 바다, 산, 강 그리고

쪽빛 바다와 고운 모래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서핑의 메카’ 양양 바다는 사계절 붐빈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데다 파도가 좋은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서핑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

‘양리단길’로 불리는 죽도해변·인구해변 일대와 해가 진 뒤 더 뜨거운 서피비치 등이 양양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다. 바다만 있는 건 아니다. 오색약수가 흐르는 설악산을 비롯해 양양을 가로지르는 생태 보고 남대천 등 청정 자연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E·S : 나는 버려진 서프보드로 만들어졌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서핑 인구는 약 100만 명. 이 중 약 45%가 서핑을 위해 양양을 방문한다. 200여 개가 훌쩍 넘는 전국 서핑 숍·서핑학교의 40%가량도 양양에 몰려 있다.

서핑의 인기가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서프보드도 늘어나고 있다. 양양에서만 매년 1000여 개의 서프보드가 폐기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티로폼이 주재료인 소프트롱보드의 경우 접착제 탓에 분리배출이 어려워 산업폐기물로 분류된다. 부피가 커 폐기 시설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폐서프보드를 벤치 등받이로 업사이클링한 모습. 사진=임익순
폐서프보드를 벤치 등받이로 업사이클링한 모습. 사진=임익순
바다를 위해, 지속가능한 서핑을 위해 양양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뭉쳤다. 양양청년협동조합은 폐서프보드를 활용한 서프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업사이클링 아트워크를 거친 폐서프보드는 가구·기념품 등으로 재탄생한다. 김석기 대표는 “새 생명을 얻은 서프보드도 언젠가는 폐기물이 되겠지만, 버려지는 주기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설명했다.

폐서프보드를 서핑 숍에서 일일이 수거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서핑 폐기물 수거 앱 개발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보다 서핑 문화가 발달한 미국·호주 등으로의 해외사업 진출을 이뤄내겠다는 큰 그림이다.
폐서프보드 아트워크 작업 중인 김석기(왼쪽) 양양청년협동조합 대표와 조연주 작가. 사진=임익순
폐서프보드 아트워크 작업 중인 김석기(왼쪽) 양양청년협동조합 대표와 조연주 작가. 사진=임익순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도 제시한다. 지역 특성을 담은 디자인과 로컬 브랜드를 발굴·개발하는 브랜딩 사업은 물론, 청년의 안정 정착 기반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21년 로컬크리에이터·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데 이어 2022년에는 양양 지역민 2명을 채용하는 등 ‘청년이 사는 양양’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ESG여행 TIP
바다 지킴이 활동에 동참하자. ‘비치코밍’은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 해양 쓰레기나 표류물을 주워 모으는 행위다. 마모된 유리 조각, 조개껍데기를 활용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등 업사이클링 활동이 함께 이뤄진다는 점에서 플로깅(Plogging)과 차이가 있다. ‘지역+비치코밍’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E·S : 버림과 쓰임 사이, 양양새활용센터

재활용(Recycling·리사이클링)을 넘어,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하는 새활용(Upcycling·업사이클링)이 대세다.

지난 6월 문을 연 양양새활용센터는 재사용·재활용이 어려워 쓰레기로 처리되는 수입 주류 공병을 활용해 다양한 새활용 캠페인을 진행한다. 공병 활용도를 높여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도 절약하자는 취지다. 센터 내부에는 빈 병을 활용해 만든 허브 화분과 접시·받침대 등 새로운 물건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공병의 흔적이 가득하다.
양양새활용센터에 전시된 공병 업사이클링 작품. 사진=임익순
양양새활용센터에 전시된 공병 업사이클링 작품.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주민과 관광객이 수거해온 빈 병으로 ‘공병새활용 허브보틀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객에게는 자원순환 플랫폼 ‘마이어스’를 통해 2000포인트가 지급되며, 공병을 수거한 주민·관광객에게는 1병당 150포인트가 주어진다. 포인트는 관내 식당 또는 카페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지역 소외계층 지원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S·G : 웨이브웍스에서 퇴근 즉시 휴가 시작!

양양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주민등록인구 대비 체류 인구 비중이 48%로 높다. 양양이 주민등록지는 아니지만, 일정 기간 이곳에 머무르는 ‘생활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이에 발맞춰 양양군은 워케이션 센터 ‘웨이브웍스 양양’을 운영하고 있다. 죽도 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진 공간에 50여 개 좌석과 회의실, 프린터 등 업무 시설을 갖췄다. 간단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카페와 양양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도 있다.
50여 개 좌석을 비롯해 다양한 업무시설을 갖췄다. 사진=임익순
50여 개 좌석을 비롯해 다양한 업무시설을 갖췄다. 사진=임익순
무엇보다 꽉 막힌 오피스에서 벗어나 대자연을 마주하며 일하고, 퇴근 즉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곳에서만큼은 일과 휴식, 집중과 여유가 공존한다.

ESG여행 TIP
양양군이 지난 2023년 6월 출시한 ‘고고양양’은 양양 관광을 위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와 기업 회원 등 신유형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기 위함이다. 웨이브웍스 양양 역시 고고양양 앱을 이용해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