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몰랐을리 없다' 차규근 주장에 "명백히 허위" 반박
법무부, 작년 말 이종섭 출국금지…"장관·대통령실 보고 안 돼"
법무부가 주호주 대사로 부임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법무부는 당시 출국금지 사실이 법무부 장·차관이나 대통령실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4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이 전 장관을 처음 출국 금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같은 해 9월 5일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내용을 검토한 뒤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수처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와 공수처는 출국금지가 처음 이뤄진 구체적인 시점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출국금지 시점과 관련해 "제가 장관 그만 둔 다음"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돼 퇴임했다.

다만 법무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당시 법무부 장·차관이나 대통령실에 일체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정보 보고가 생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한 서류는 내용이 간략해 실무선에서는 해당자가 이 전 장관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고, 따라서 당시 장관이 재임 중이었는지와 상관없이 윗선에는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 측 설명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도 주호주 대사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중요 인물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지면 장·차관과 민정수석실까지 보고한다.

인사 검증에서 출금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무부는 "차 전 본부장의 발언은 명백히 허위"라고 강조했다.

또 수사받는 피의자의 이의신청 인용 사례가 거의 없다는 차 전 본부장 주장에 대해서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수사기관이 요청한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 6건을 인용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가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지만 결국 해제한 것을 두고도 "6건 모두 수사기관은 출국금지 해제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거짓 발언으로 법무부 출국심사 업무의 신뢰를 훼손한 차 전 본부장과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허위 사실을 여과 없이 보도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본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한 뒤 이를 번복하고 경찰에 이첩된 자료 회수를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7일 공수처에서 약 4시간 동안 짧은 조사를 받은 뒤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그는 이달 4일 주호주 대사로 지명된 뒤 법무부에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법무부는 지난 8일 "출국금지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며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