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6일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119구조대 등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7월 16일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119구조대 등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한경DB
잇달아 태풍과 산불, 집중호우 등 자연재난을 겪고 있는 경상북도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위기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과학적으로 재난에 대응하고 선제적인 대피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경상북도는 극한 기후로 인한 재난의 대형화·일상화에 따라 기존 관 주도의 사후대응을 민·관 협력 사전예방 체계로 바꾸고 도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K시티즌 퍼스트 프로젝트(K시티즌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경북 '과학적 재난관리'로 위기 선제대응
경상북도가 이 같은 특단의 재난대응체계를 마련한 것은 지난해 7월 14~15일 이틀간 예천 영주 봉화 지역의 집중호우로 29명의 인명피해를 보고 1162명의 이재민, 292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는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기록적인 피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의한 산불, 산사태, 태풍 피해 등이 늘어나는 데 비해 재난대응체계는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인명피해 11명, 이재민 1만 명이 발생한 2022년 포항·경주의 힌남노태풍, 1만4000ha 피해로 단일 시·군 최대 피해를 기록한 울진의 대형 산불 등 최근 10년간 자연재해 최대 피해지역이 경북인 점도 선제 대응의 계기가 됐다.

K시티즌 프로젝트는 인명을 우선으로 하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위기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전예방 체계, 단위부서 중심에서 전 부서 동원 체제로 전환하는 현장 중심의 총력 대응체계, 대학, 기업, 연구소와 협력하는 민관협력 시스템 대전환 등 3대 전환이 골자다.

FEMA 위기관리시스템은 예방-대비-대응-복구의 국내 대응과 달리 예방-‘보호경감’-대응-복구로 ‘보호경감’의 개념이 강화된다. 재해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새벽 등 취약 시간대 산사태 등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대피하는 체계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7월 15일 산사태 피해 전날인 14일의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영주 문경 봉화 예천 모두 하루 강우량이 100㎜를 훌쩍 넘었다. 박성수 도 재난안전실장은 “산사태 체크리스트를 도입해 시간당 강우량이 20㎜, 하루 강우량 60㎜, 누적 강우량 150㎜를 넘으면 본격 대응 단계로 전환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과잉대피’를 실행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재난대응 특수시책으로 지역 특성에 적합한 주민대피시스템과 산불 산사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마을순찰대, 1마을 1대피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기로 했다. 또 산불 대응을 위해 산림청, 소방본부와 함께 119산불특수대응단 62명과 신속대응팀 210명을 운영하고, 울릉을 제외한 전 시·군에 산림진화 헬기 배치와 야간진화가 가능한 초대형 산불헬기를 2026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극한 재난 속에서는 도민 보호가 지방정부의 제1의 책무”라며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을 선제 도입해 어떤 재난 속에서도 도민을 지키고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