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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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앱 텔레그램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텔레그램이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9억명을 돌파하는 등 호재가 잇따른다며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로프 CEO는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텔레그램에 인공지능(AI) 챗봇을 도입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규모 자본 조달 및 IPO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 1월만 하더라도 5억명이었던 MAU가 9억명으로 늘었다"고 말한 두로프 CEO는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이익을 내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도입한 광고 및 유료 구독 서비스가 '수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펀드를 비롯한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300억달러(약 39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으나 매각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두로프 CEO는 "우리가 수익화를 시작한 이유는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어서 였다"며 "IPO를 텔레그램의 가치에 민주적으로 접근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로프 CEO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면서도 상장 일정이나 장소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FT는 텔레그램이 2026년 초에 IPO를 추진할 인센티브가 있다고 전망했다. 텔레그램이 2020년부터 주식 인센티브를 내건 채권을 발행해 약 20억달러를 조달하면서다. 당시 텔레그램은 채권 보유자가 2026년 3월말 이전에 텔레그램에 변동이 생길 경우 공모가보다 10~20% 할인된 가격에 선순위 무담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FT는 텔레그램이 수익성을 개선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의 광고 사업에 관해서는 "올해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마케팅 비용의 50%를 절감해주는 수익 공유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사용자가 주변 사람들을 만나거나 데이트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셜 검색 기능 및 비즈니스 계정 등을 도입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출신인 두로프 CEO는 2013년에 형 니콜라이와 함께 텔레그램을 설립했다. 두로프에 따르면 2007년에는 텔레그램보다 먼저 소셜미디어 브콘탁테를 공동창업하며 '러시아의 마크 주커버그'라 불렸다. 당시 두로프는 브콘탁테 내에서 활동하는 특정 우크라이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공유하자고 한 러시아 보안기관의 제안을 거절했고, 강압에 의해 VK지분을 3억달러에 친크렘린 성향의 재벌에게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났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가 있는 텔레그램은 비밀대화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현일각에서는 텔레그램이 범죄활동에 악용되거나 러시아 정부와 결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로프 CEO는 "부정확하다"고 부인했다. 두로프 CEO는 "사용자들이 한계선을 넘지 않는 한 표현하는 방식을 단속해서는 안된다"며 "어떤 아이디어라도 도전받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선거에 대해서는 "잠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 관련 매커니즘을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