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내달 '한여름 밤의 꿈' 국내 초연…"브리튼 음악 어렵지 않아"
오페라 도전하는 김동완 "음악 속에서 대사로 잘 놀아볼게요"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오페라에 처음 도전한다.

국립오페라단은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다음 달 11~14일 국내 초연하는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의 제작을 알리는 프로덕션 미팅을 열고 작품과 제작진, 출연진을 소개했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브리튼이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은 보기 드문 영어 오페라다.

요정의 왕 오베른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가 이야기의 주축으로, 눈을 뜬 직후 처음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마법이 깃든 사랑꽃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김동완이 맡은 역할은 실수로 잘못된 이에게 사랑꽃을 배달하는 요정 '퍽'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극의 감초 역할을 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퍽 역할은 처음부터 잘 알려진 셀러브리티(유명인)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RM을 생각했는데 군대에 갔다고 해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김동완 씨를 강력하게 추천받았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밝혔다.

김동완은 최 단장의 설명에 "제작진이 많은 고민 끝에 RM 대신 저를 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페라는 아직 관람해본 적이 없다는 김동완은 "클래식은 잠이 잘 오도록 듣기도 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연습해보니 변칙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라고 했다.

이어 "음악 속에서 대사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도록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페라 도전하는 김동완 "음악 속에서 대사로 잘 놀아볼게요"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성악가인 카운터테너가 주인공 오베른을 맡는 독특한 작품이다.

보통 오페라에서는 높은 음역의 소프라노와 낮은 음역의 테너가 대비를 이루지만, 이 작품에서는 카운터테너와 소프라노가 맞붙는다.

이번 공연에서 오베른 역은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과 장정권이, 티타니아 역은 소프라노 이혜정과 이혜지가 맡는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다른 장르로도 변주돼 무대에 올랐지만, 브리튼의 오페라는 희곡 원문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다만 1960년에 초연한 현대 오페라로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다.

이번 작품의 지휘를 맡은 펠릭스 크리거는 "현대적이라는 점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현대음악에 필요한 소재와 옛날 이탈리아 오페라에 있던 요소가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멜로디를 아리아로 부르지 않고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의 창법)처럼 전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음악적인 대조도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출연진에게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음악에 하나하나 병행해 작곡했다"며 "일반적인 이탈리아 오페라에 나오는 멜로디가 아닌 텍스트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오페라 도전하는 김동완 "음악 속에서 대사로 잘 놀아볼게요"
요정인 오베른과 티타니아를 신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의 삶에 어딘가 존재하는 현실적인 노부부의 모습으로 그려낸 것도 작품의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볼프강 네겔레는 "오베른과 티타니아를 오래된 부부의 모습으로 보여줄 예정"이라며 "오랜 결혼생활을 하면 벌어지는, 부엌이나 침대에서 싸우는 작은 다툼과 사랑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페라 도전하는 김동완 "음악 속에서 대사로 잘 놀아볼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