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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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IU)가 총 4회에 걸친 단독 콘서트를 통해 6만여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3시간 넘게 객석 곳곳으로 날아든 아이유는 어느새 편안하게 이들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만개의 벅참보다 강력한 자유로운 유영. 그 작지만 큰 '음악의 홀씨'를 잔뜩 뿌린 시간이었다.

아이유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24 월드투어 '허(H.E.R.)'를 개최했다. 지난 2~3일, 그리고 전날 9일에 이은 마지막 4회차 콘서트다.

아이유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2022년 주경기장 공연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주경기장 공연 당시 "다음 공연은 이번 3년처럼 길지 않을 거라 약속드리겠다"고 했던 아이유는 완벽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그 약속을 지켰다. 뉘엿뉘엿 지는 노을 속에서 감성적인 오프닝을 열었던 그는 이번엔 헤드셋을 끼고 한껏 '힙'한 차림새로 등장했다.

무대 상부에서 아이유가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구역별로 응원봉 불빛이 순차적으로 밝혀지면서 설렘은 더 커졌다. 무대는 360도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아이유가 한쪽 구역을 바라보며 노래하다 몸을 휙 돌리자 곧바로 반대쪽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시작부터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운 무대가 펼쳐졌다. 화려하게 터지는 꽃가루 폭죽과 함께 아이유는 어린이들과 안무를 맞추며 신곡 '홀씨'를 불렀다. 이어 '잼잼'까지 소화하며 오프닝부터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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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번 공연은 총 4회에 걸쳐 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객석을 빼곡히 채운 관객들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우렁찬 함성을 연신 뱉어냈다. 아이유는 "오프닝 때마다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면서 "어제 너무 역대급이라 '오늘은 그보다 더 크게 나올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등의 생각을 했는데 과연 막공이다"라며 기뻐했다.

그는 무대 한편에 쪼그려 앉아서는 "오늘 갑자기 날씨가 좀 풀렸다. 따뜻하게 오실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인지 공연장이 조금 덥다"고 했다. 그러다 이내 "아니다. 여러분의 열기 때문인가"라고 말해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다채로운 음악으로 혼을 쏙 빼놓은 아이유였다. 흥겨운 오프닝에 이어 '어푸', '삐삐'까지 귀여운 퍼포먼스를 곁들여 호응을 끌어냈고, 보컬을 만끽할 수 있는 '셀러브리티(Celebrity)', '블루밍(Blueming)', '에잇', '내 손을 잡아'를 잇달아 불러 힐링을 선사했다.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한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삐삐'와 '블루밍'에서는 약 30여명의 댄서가 무대를 꽉 채우며 풍성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셀러브리티'에서는 꼬마 소녀가 무대로 올라와 연기를 펼치다 아이유와 무대 끝과 끝에서 서로 눈을 맞췄다. 황금빛 조명이 내려앉은 환상적인 분위기의 객석, 무대에서 터지는 반짝이는 폭죽과 꽃가루가 '너는 너 자체로 빛난다'는 곡의 메시지를 더욱 진하게 각인시켰다.
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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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린 아이유의 공연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신선함을 주는 건 단연 신곡 무대였다. '홀씨'를 시작으로 '관객이 될게', '쇼퍼(Shopper)',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 '쉬..(Shh..)'까지 모두 공개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번 공연은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으로도 화제가 됐다. 뉴진스, 라이즈, 르세라핌에 이어 마지막 회차에는 배우 박보검이 함께 했다. 아이유는 "든든하고 멋진 친구", "내 '짱친'"이라며 가수가 아님에도 무대에 오르기로 한 박보검을 향해 연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가까워졌다고 했다. 박보검은 아이유를 "멋지고 부지런한 친구"라고 말하고는 '봄 사랑 벚꽃 말고', '별 보러 가자' 두 곡을 선물했다.

아이유 공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바로 '아낌없이 주는 팬 서비스'다. 아이유는 공연 내내 360도 무대에 맞춰 이곳저곳으로 몸을 돌려 섬세하게 관객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그는 "골고루 다 간다"고 말하는가 하면, 게스트로 나선 박보검에게도 "360도 무대이니 관객들과 눈을 잘 맞추면서 무대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모든 좌석에는 초록색 방석이 놓여 있었다. 관객들이 공연을 편하게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유가 매번 준비하는 특별한 배려다. 깊고 진한 팬 사랑에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때로는 우렁차게, 때로는 감미롭게 아이유의 보컬에 맞춰 아름다운 호흡을 펼쳐 보였다. 그런 객석을 바라보는 아이유의 눈에서는 달콤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아이유는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작사한 신곡 '관객이 될게'를 소개하며 "여러분들이 내 모습에 힘을 얻어주시는 것처럼 나도 여러분의 앞에 서서 여러분의 관객이 되겠다고 쓴 곡이다"고 털어놨다. 무대 말미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유애나' 응원봉을 들었고, 객석 후방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온 조명이 해당 응원봉으로 한데 모여 감동을 안겼다.

아이유는 "'유애나' 응원봉은 나만 가질 수 있는 거다. 여러분이 달라고 해도 안 줄 것"이라면서 "여러분들을 응원할 일이 있을 때 가지고 나타나겠다. 살면서 힘들거나 불안한 날이 있다면 이 모습을 기억해 달라. 여러분을 위해 이 응원봉을 흔들고 있는 아이유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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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밤편지', '시간의 바깥', '너랑 나'까지 황홀한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공연에서 열기구를 타고 주경기장을 돌며 놀라운 스케일을 자랑했던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은 잔잔하고 부드러운 어쿠스틱 버전으로 탈바꿈해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앙코르까지 풍성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아이유 공연의 '전매특허'인 '앵앵콜(2차 앙코르)'이 팬들을 행복하게 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쩌렁쩌렁한 성량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이날 아이유는 '밤편지'를 부르기 전 "일흔한 살까지 체조경기장을 채우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너랑 나'를 부른 뒤에는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아이유가 좋다"면서 "2주 연속 공연이 쉬운 일은 아닌데 기대를 뛰어넘는 호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아이유는 이후 요코하마, 타이베이, 싱가포르,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런던, 베를린, 방콕, 오사카, 북미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상암벌'에서 팬들을 다시 만난다. 아이유는 오는 9월 21~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밝히며 "30대에 정말 끊임없이 도전한다. 체조경기장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공연, 비슷하지만 다른 공연을 준비해보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