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우주항공청 본부장에 대한 대우
미국, 러시아와 더불어 세계 3대 우주 강국인 중국의 우주개발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첸쉐썬이다. 중국의 핵 개발, 둥펑·실크웜 등 미사일 개발, 창정 1호 등 인공위성 개발을 주도한 중국 우주개발의 대부다.

미국 MIT·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에 이어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1950년대 매카시 광풍 때 공산주의자로 몰려 수감됐다가 중국이 6·25전쟁 미군 포로 조종사 11명과 맞바꿔 본국으로 송환했다. 귀국 직후 그를 처음 접견한 공산당 간부는 천이 부총리였으며, 이듬해 마오쩌둥이 주관한 한 행사에 초청받았을 때 당초 37번 테이블이었으나 마오가 참석자 명단을 보고는 자신의 오른쪽 옆자리로 옮겨 앉게 할 정도로 대우받았다.

중국에 첸쉐썬이 있다면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에는 압둘 칼람이 있다. 인도의 위성과 통합 미사일, 핵 개발을 이끈 그는 비주류인 무슬림임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90% 이상의 지지로 상징적 국가수반인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를 정도로 국민적 존경을 받았다. 인도는 화폐 도안에까지 우주선을 새겨 넣을 정도로 우주개발에 열정이 있는 나라다. 인도우주연구기구(IRSO) 연구직원의 연봉은 의사 평균보다 1.5배가량 많다.

오는 5월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을 총괄할 1급 직책인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게 2억5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직속상관인 차관급 우주항공청장보다 1억원 정도 많은 것은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1억9764만원)보다도 높고, 윤석열 대통령(2억5493만원)에 맞먹는 파격적 액수다. 미국 NASA의 최고위 연구직(18만7300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니, 우주항공청을 세계적 우주개발 기구로 키우겠다는 정책 취지와 부합한다.

과학계의 성과가 금전적 보상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의 헌신과 그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학 강국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발족을 통해 온통 의대 열풍인 이 사회에 과학자가 대우받는 풍토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