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민의힘 최재형·'盧사위' 민주 곽상언·개혁신당 금태섭 대결
좌우 진영 고루 섞인 전국 판세 가늠자…이번 '3자 구도'엔 여야 영향 촉각

"종로는 어느 당의 '텃밭'인 적이 없습니다.

'까봐야' 아는 곳이죠."
지난 7일 종로구 교남동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모 씨는 4·10 총선을 앞둔 지역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역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가며 깃발을 꽂은 곳인 만큼, 특정 정당으로 민심이 쏠리지 않는 '격전지'라는 의미다.

2000년 이후 치러진 총선 결과를 보면 거대 양당이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16∼18대 총선을 모두 국민의힘 계열이 이겼고, 19∼21대는 민주당 계열 정당이 내리 승리했다.

2022년 민주당 후보 없이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과반을 득표해 당선됐다.

이번엔 국민의힘 최재형·더불어민주당 곽상언·개혁신당 금태섭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한때 대권에 도전했던 감사원장 출신 현역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등이 링 위에 오르긴 했지만, 과거 대선주자급들이 맞대결하던 구도와 비교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종로는 전국 선거 판세를 가늠해볼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과거 청와대가 있던 '정치 1번지'인데다 평창·부암동 등 고급 주택가와 창신·숭인동 등 서민 주거지가 공존해 소득 계층도 다양하고 이념적으로도 좌우가 고루 섞여 있어서다.

하지만, '3파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종로 선거는 더욱 예측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민주당 의원을 지냈고, 지금은 국민의힘 출신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의 금태섭 후보의 가세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관심이다.
[4·10 격전지 르포] '정치1번지' 종로 3파전에 지역민심 향배는
현역인 최재형 후보는 첫 번째 금배지를 달아 준 '정치적 고향'인 종로에서 재선을 노린다.

집권 여당 현역으로 지난 2년간 파악해온 종로구의 문제점을 연속성 있고 책임감 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같은 당 소속 시·구의원들과 상인회 조직 등을 기반으로 지역을 다져온 최 후보는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종로 곳곳을 훑고 있다.

사실상 '1강' 체제였던 지난 보궐선거와 달리, 민주당 후보가 나선 데다 제3지대 후보가 더해진 점도 최 의원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다.

최 후보의 간절함은 8일 숭인동 동묘벼룩시장에서 보여준 정중한 90도 인사에서 드러났다.

한 시민이 "나는 '한 표'니까 어서 사람 많은 곳에 가보라"고 권하자, 최 의원은 "그 한 표가 정말 중요합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종로 토박이로 중고 카메라 가게를 운영 중인 김춘현(79) 씨는 최 의원에게 "되실 테니 걱정 말라"고 격려했다.

김 씨는 "2년만 하고 나가기엔 아까운 인물 같다"며 "감사원장 출신으로 '품격 있는 종로'에도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다.

20년 가까이 중고 옷 장사를 했다는 윤 모(72)씨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 경기가 더 안 좋다"며 "뭔가를 바꿔야 상황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후보는 연합뉴스에 "경제가 어려워 정부·여당에 부담스러운 선거 지형이지만, 중앙정치에서 종로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주민들이 고려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4·10 격전지 르포] '정치1번지' 종로 3파전에 지역민심 향배는
민주당 곽상언 후보는 장인인 노 전 대통령의 지역구 탈환을 다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에서 종로에서 재선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다.

또 2년 전 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아쉽게 빼앗긴 지역을 기필코 되찾아 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 곽 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이던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뒤 공석이 된 종로 지역위원장에 임명돼 2년 동안 지역 표밭갈이에 공을 들여왔다.

곽 후보에게 '노무현 사위'라는 브랜드는 강점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후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로 들어가기까지 살았던 명륜동에서는 곽 후보의 출마를 반기는 주민이 많았다.

지난 7일 곽 후보가 부인 정연씨와 함께 명륜동을 찾자 주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꺼내며 친근함을 표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채모(72) 씨는 곽 후보를 향해 "노 전 대통령께서 워낙 훌륭한 분이셨다.

사위니까 장인어른 영향을 받았을 테고 장인 뜻에 어긋나는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송기남(66) 씨도 "종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라며 "그 사위인 곽 후보가 종로구를 오래 다져왔다"고 평했다.

곽 후보는 "국민들이 정상적 정치를 보기 힘들어지니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그리움이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종로구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 권력 모두 다 국민의힘이 맡아왔는데 균형과 통합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곽 후보가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재남(70) 씨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아주 지지한다"면서도 "노무현 사위라는 곽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실 잘 모른다"고 밀했다.
[4·10 격전지 르포] '정치1번지' 종로 3파전에 지역민심 향배는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는 양당 지지자 사이 틈을 부지런히 파고드는 중이다.

7일 금 후보와 함께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교남동 거리 유세에 나선 그의 여동생은 "한번 바꿔보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념과 가치의 양극단에 치우쳐 정쟁을 거듭해온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에 혐오를 느끼는 표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전략인 셈이다.

금 후보는 민주당 의원 시절 얻은 '소신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와 여러 방송 출연으로 쌓은 대중적 인지도가 강점이다.

금 후보를 마주친 시민들은 "개혁신당으로 가신 거냐", "종로에 나오시는구나" 등으로 관심을 표했다.

사직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정 모(50) 씨는 "국회의원은 결국 국민 심부름을 하는 사람 아니냐"며 "젊은 금태섭 후보에게 한 번 일을 시켜볼까 싶다"고 했다.

반면, 거대 양당 후보에 비해 뒤늦게 종로에 둥지를 튼 데다 '제3지대' 후보라는 점을 극복하는 건 숙제다.

교남동에서 만난 구 모(52) 씨는 "젊고 개혁적인 정치인이란 생각이 있는데 존재감이 크지 않은 신생 정당에 있어 아쉽다"며 "될 사람에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금 후보는 연합뉴스에 "거대 양당 체제를 한번 바꿔보자는 목소리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있다"며 "양당 공천이 마무리되고 개혁신당 존재감이 두드러지면 표심에 가시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